비상계엄 사태로 각급 외교 일정들도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고위급 해외 인사의 방한 일정이 연기되는가 하면 한미 간 양자 회의, 재외공관 행사까지 일부 영향을 받는 모습입니다.
스웨덴의 울프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외교장관·국방장관과 함께 당초 5∼7일 일정으로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었지만 연기했습니다.
스웨덴 총리실 대변인실은 "우리는 12월 3일 밤 동안의 상황 전개를 면밀히 주시해왔다"며 "최근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한국 방문을 연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민주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정치적 차이는 민주적 절차와 법치주의에 따라 해결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그런 점에서 계엄령 해제 결정을 환영하는 바"라고 밝혔습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달 중순으로 예정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의 방한 일정도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요시히데 전 총리는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교류 증진을 위한 기념사업 개최 등 협력 관계를 확인하고 윤 대통령과 면담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두 무산된 것입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도 내년 1월 초 방한해 윤 대통령과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영향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과 미국의 국방당국이 4∼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제4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와 제1차 NCG 도상연습(TTX)도 연기됐습니다.
아울러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내주부터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교도통신이 보도했지만, 방한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와 관련해 "계엄 선포로 다음 주 오스틴 장관의 (한국) 방문 가능성에 의구심이 생겼다"고 짚었습니다.
한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의 출장 일정도 잇따라 단축되거나 취소됐습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당초 1∼5일 닷새간 스페인과 독일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늦은 오후 일정을 앞당겨 귀국합니다.
이에 따라 4년 만에 재개될 예정이던 한-스페인 전략대화도 연기됐습니다.
강인선 외교부 2차관도 이날부터 원자력 분야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이 예정됐으나 보류됐습니다.
외교부는 전 재외공관에 '국내 정치 상황에 동요되지 않고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라'는 내용의 지침을 내렸지만, 주중 한국대사관이 10일로 예정됐던 정재호 대사 이임식을 취소하는 등 일부 공관 행사의 영향도 감지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