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
윤석열 대통령은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야당의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와 계속된 탄핵소추안 발의를 주요 이유로 들었습니다.
헌법 77조 1항에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선 최근 야당이 내년 예산안에서 4조 1천억 원을 삭감한 감액안을 강행 처리한 것을 두고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했다는 게 윤 대통령의 판단입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예산 폭거는 대한민국의 국가 재정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비판한 부분에서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또 '내란 획책', '반국가 행위' 등 강한 어조로 야당을 겨냥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야당이 재해대책 예비비 1조 원을 비롯해 아이돌봄수당 384억 원,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 등을 삭감한 것을 두고 삼권분립의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시작으로 이진숙 방통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등 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으로 국가기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본 것으로 해석됩니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를 발의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을 추진 중에 있다"며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없던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회가 오늘(4일) 심야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90명에,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면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헌법 제77조 5항에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석수만으로도 재적의원 과반을 차지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한 이유를 두고 추측만 무성한 상황입니다.
대통령실은 오늘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일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계엄 선포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지난 9월 2일 언론 브리핑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제기한 '계엄령 준비 의혹'을 괴담·선동으로 규정하면서 "무책임한 선동이 아니라면 대표직을 걸고 말하시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또 같은 달 5일에는 당시 국방장관을 겸직하고 있던 신원식 안보실장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에 "계엄 명령을 내릴 사람도 없고, 내리더라도 군은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의 그간 발언을 되짚어보면 상당히 오래전부터 야당을 '헌법에 반하는 집단'으로 인식해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정부 관료에 대한 탄핵을 시도할 때마다 '위헌적 탄핵'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야당을 비판해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