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즈볼라 전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추모하는 레바논 주민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임시휴전에 돌입한지 불과 6일 만에 양측이 로켓 등을 이용한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13개월 만에 성사된 휴전이 무산 위기에 몰렸습니다.
중재국인 미국과 프랑스는 휴전이 깨진 건 아니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현지에선 일부 주민이 다시 피란길에 오르는 등 '보복이 더 강한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이 재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2일 AP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 휴전이 발효된 이후에도 헤즈볼라의 본거지인 레바논 남부 일대를 겨냥해 최소 네 차례에 걸쳐 공습과 포격을 가했습니다.
비록 저강도 공격이라지만 헤즈볼라를 직접 때린 것입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 측의 휴전 합의 위반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으로 헤즈볼라가 어떤 행위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헤즈볼라를 대신해 휴전협상에 참여한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의장은 이스라엘이 공습은 물론 국경 주변 건물 파괴와 영공침해까지 5일여간 50차례 이상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비난했습니다.
휴전 이후 잠잠하던 헤즈볼라 역시 2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리아와 국경을 맞댄 영토분쟁 지역인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점령지 '셰바 팜스'(Shebaa Farms)를 향해 두 발의 로켓을 발사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습니다.
이 로켓들은 공터에 떨어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반복적으로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고 규탄하며, 셰바 팜스에 로켓을 발사한 건 '방어적·경고성 대응'이라고 밝혔습니다.
공격을 하면서도 의도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측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긴커녕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습의 강도를 더욱 높이면서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레바논 보건당국은 이날 자국 남부의 하리스 마을과 탈루사 마을 등이 공습을 받아 최소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의 폭탄이 떨어진 장소 중에는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50㎞ 이상 떨어진 곳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휴전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레바논인은 총 13명으로 늘었고, 이중에는 레바논 정부군 소속 병사 한 명도 포함돼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레바논 보건부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셰바 팜스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이 시작되기 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어떤 위반행위에도 대응할 것"이라면서 "사소한 위반도 큰 위반과 같이 취급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역시 "헤즈볼라의 위험한 위반 행위에 직면해 강력한 힘으로 공격할 것"이라며 "언제든 시행할 준비가 된 계획과 목표물들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상호 보복이 이어지면서 분쟁이 다시 격화할 조짐이 보이자 헤즈볼라 본부 등 주요 시설이 있는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에선 간신히 집에 돌아온 주민들이 다시 피란길에 오르는 모습조차 보인다고 AP 통신은 전했습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휴전을 중재한 미국과 프랑스도 불안하게 흔들리는 합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입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체로 말하자면, 휴전은 지속되고 있다"면서 "공습이 하루 수십차례에서 (휴전 이후) 하루 한두건으로 줄었다. 계속 노력하고 어떻게 이걸 0건이 되도록 할 수 있을지 살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휴전 합의 성사에 핵심 역할을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 아모스 호치스타인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스라엘 정부 당국자들에게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 행위와 관련한 미국측의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고 FT는 보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