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전문가 크레이그 싱글턴은 워싱턴 D.C.에 있는 민주주의 수호재단의 선임연구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동안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역사적인 전환기를 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인 압박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각종 제재와 관세를 전략적으로 섞어 쓰며 중국을 흔들어 놓았다. 트럼프 이전까지 중국의 수정주의적 야망을 수동적으로 수용해 오던 미국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이를 억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분명 전환점이었다. 뒤를 이은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짜놓은) 틀을 현명하게 유지하면서 때에 따라 필요하면 확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잘하면 미국은 지금의 전략적 경쟁 상황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도 있다.
중국은 현재 수많은 도전에 직면했다. 특히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 탓에 트럼프가 또 한 번 공세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면 이를 버텨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만약 트럼프가 첫 번째 임기 때 보여준 거친 기조를 좀 더 엄격한 원칙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집중해서 이어간다면, 앞으로 4년은 미국이 중국을 계속 수세로 몰아넣으면서 경쟁 구도에서도 영원한 우위를 점할 천금 같은 기회가 될 것이다.
중국은 내심 이번 미국 대선에서 해리스 후보가 당선돼 바이든 행정부의 신중한 대중 정책 기조를 이어가길 바랐을 거다. 물론 필요하면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바이든 행정부는 긴장 수위를 높이지 않으며 데탕트를 유지하는 대중 외교의 원칙을 유지했다. 그 덕분에 중국 시진핑 주석은 국내 문제를 처리하면서 기술, 무역, 양안 관계 등 중국의 야망을 이루는 데 핵심적인 분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단순히 중국과의 경쟁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 만족할 사람이 아니다. 그에게 경쟁은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트럼프의 제로섬 접근 방식과 파격적인 전술, 여기에 대중국 강경파로 채워지는 2기 행정부 외교 라인까지, 상황은 시진핑이 절실히 바라는 예측 가능성과 여유, 여지가 없어지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자연히 시진핑은 여러 여건을 쉽게 통제하고 예측하지 못한 채 국가의 명운이 달린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거다.
지난 10년간 중국은 겉으로는 강력해 보였지만, 실은 점점 더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강대국으로 부상하던 중국을 망쳐놓은 건 시진핑 주석의 잇따른 실정과 반대 목소리를 향한 강경한 탄압, 전략적 실수였다. 지금 중국에는 막대한 부채와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 노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악재가 동시에 겹쳤다.
그런데도 시진핑 주석은 모든 경제적 의사결정의 중심에 공산당을 두는 이념적 영도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기업의 신뢰는 떨어졌고, 자본 유출이 가속했으며, 외국 자본 투자도 급감했다. 한때 영원히 이어질 것 같던 고도 성장 시대는 저물었다. 지금 중국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떠올리게 한다. 경제가 동력을 상실해 오랫동안 디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에서 일본은 지금도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중국 젊은이들에게 "고통을 곱씹으라(吃苦)"고 말했다. 임박한 고난의 시기를 앞두고 각오를 단단히 하라는 메시지였다.
한편, 미국 경제는 탄력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임기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경제력과 영향력을 거침없이 휘두를 태세를 갖췄다. 트럼프는 늘 중앙에서 계획한 제조업 중심의 중국식 경제 모델이 특히 미국 노동자들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강력히 비판해 왔다. 그는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GDP를 2%나 깎을 수 있는 강력한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내내 발휘한 특유의 허풍과 엄포, 벼랑 끝 전술은 대만의 상황을 관리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목표는 현재 민주적인 제도 아래 통치되는 대만을 필요하다면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중국에 복속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군사력을 동원하면 곧바로 중국산 제품에 최대 200%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지난달 트럼프는 시진핑이 대만 문제로 감히 자신을 도발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시진핑 주석은 나를 존중하고, 무엇보다도 내가 한다면 하는 미친놈이라는 걸 잘 아니까요."
트럼프의 귀환을 바라보는 중국의 반응에선 벌써 초조함이 감지된다. 바이든 행정부와 상대할 때 중국은 자신들을 포위하고 억제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부당하다며, 종종 미국에 대적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가 선거에서 완승하자, 중국 지도부는 재빨리 꼬리를 내렸다. 지금 중국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는 평화로운 공존과 협력의 새 시대를 기대한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미국은 지금 상황에 만족하지 말고, 기세를 이어 미래 산업혁명의 근간이 될 첨단 기술과 동력을 둘러싼 경쟁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특히 반도체,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양자 컴퓨팅 등 핵심 기술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 중국이 첨단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면 세계의 권력 구도가 중국에 유리하게 다시 배치될 것이고, 미국의 국가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미 중국의 첨단 기술과 제조업은 미국 경제를 저해하고 혁신 동력을 떨어뜨릴 만큼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트럼프는 높은 관세, 수출 통제, 경제 제재를 부과해 중국을 견제할 계획을 내비쳤다. 트럼프는 또한, 중국의 기술 산업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까다롭게 심사해 제약할 것이다. 중국이 중요한 첨단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군사력을 키울 수 있으므로, 중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계획은 당적을 불문하고 초당적인 지지를 받는 사안이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은 여전히 국가 보조금과 제조업 중심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 모델을 바꾸지 못했다. 이 전략은 미국이 올리는 관세에 대단히 취약하다. 시진핑은 트럼프의 사업가로서의 본능적인 면을 공략해 몇몇 분야에서 미국이 원하는 걸 들어주면서 관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내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공세로 돌아설 거다. 트럼프의 정책 기조 자체를 바꾸기엔 선택적인 양보로는 부족하다.
물론 시 주석에게도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 카드 대부분이 아주 위험하다는 데 있다. 먼저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내부적으로 경기를 진작하는 방법이 있다. 금리를 인하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늘리고, 수출업자에게 보조금을 더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단기적으로 반짝 효과를 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가뜩이나 GDP의 3배까지 늘어난 정부 부채를 더 늘려 경제의 근간을 약화한다. 미국이 관세를 올렸을 때 중국도 물러서지 않고 보복 관세를 매기면 무역 전쟁이 벌어진다. 그 경우 미국 소비자들도 물론 피해를 본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단기적으로 정치적인 대가를 치르더라도 전략적인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뜻을 내비쳐 왔다. 게다가 여론조사를 봐도 다수의 미국인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지지한다.
시진핑 주석은 미국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을 가로막거나 제한하는 식으로 경제적인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가뜩이나 중국 경제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첨단 기술 장비에 쓰이는 주요 광물들의 수출을 제약해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지만, 이 또한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 수입 경로 다변화를 부추겨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중국이 더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다. 중국 위안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수출하는 제품 가격이 싸지므로, 관세로 인한 피해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자본 유출은 더 가속화하고, 다른 교역국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시 주석에게 남은 최후의 수단은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미국과 동맹국을 자극해 미군이 지역에 개입할 명분을 주는 것도 분명 중국에 부담스러운 선택이다.
현재 드러난 중국의 약점을 최대한 공략해 미국이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당면한 역사적인 기회를 정확히 포착해야 한다. 오늘날 국제 정세는 냉전 후기와 비슷한 면이 많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힘이 약해진 소련과 과감한 군비 경쟁을 벌였다. 가뜩이나 자본과 물자가 부족했던 소련은 어쩔 수 없이 귀한 자원을 군비 경쟁에 쓸 수밖에 없었고, 끝내 파산에 이르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