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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먹어서, 비싸서…늘어나는 '김장 졸업'

안 먹어서, 비싸서…늘어나는 '김장 졸업'
▲ 김장김치 담그기 체험

인천에 사는 직장인 이 모(38)씨는 연례행사였던 김장을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본가에서 고되게 담근 김치를 가져와 봐야 잘 먹지도 않을뿐더러, 연로한 부모님이 힘에 부치는 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부모님께 '앞으로는 김치를 사서 드시라'고 용돈을 조금 더 부쳐드렸다"고 지난달 30일 말했습니다.

김장철이 돌아왔지만, 김치를 담그는 가정은 갈수록 줄고 있습니다.

식생활 다변화로 김치 소비량이 크게 감소한 데다, 올해도 재룟값이 널뛰며 김장을 해도 양 자체가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 550명을 조사해 발표한 '2024년 김장 의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6%가 김장을 할 의향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42.1%가 비용 부담을 꼽았습니다.

4인 가족 기준 김장 예상 규모도 18.5포기로, 작년의 19.9포기에서 또 적어졌습니다.

올해는 폭염과 가뭄이 겹치며 배추 소매가격이 한 때 1만 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가을배추가 출하되며 진정됐지만 지난 27∼28일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 폭설로 다시 도매가가 꿈틀대는 상황입니다.

'김장 노동'이 불편해 김치를 담그지 않기로 한 집도 있습니다.

직장인 이 모(25)씨는 "항상 일을 하는 것은 할머니와 엄마뿐"이라며 "결국 '여자만 고생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말이 나와 김장을 안 하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장을 두고 고부간 갈등이 불거지는 일 역시 비일비재합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김장 문화가 점차 축소되며, 전통적인 가족의 유대감이 옅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업주부 이 모(68)씨는 "명절이 아니고서야 김장할 때나 아들, 딸 얼굴을 보는 데 다들 '힘들다', '못 온다'고 하니 서운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모(65)씨는 "혼자 몇 포기라도 담그려 한다. 식당에 중국산 김치만 나오는데, 아들과 손주에게는 그래도 직접 한 김치를 먹여야지 않겠나"라고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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