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병을 앓고 있는 네 살 딸 사랑이의 치료비용을 위해 전국 곳곳을 돌며 후원을 요청하고 있는 전요셉 씨가 최종 목적지인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착, 마중 나온 사랑이와 뽀뽀하고 있다.
"애 춥겠다."
폭설을 뚫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도착한 아빠 전요셉 씨가 마중 나온 네 살 딸 사랑이에게 핫팩을 쥐여주며 말했습니다.
환한 표정의 사랑이가 전 씨 등에 걸린 플래카드를 가리키며 "이게 뭐야?"라고 묻자 그는 "예쁜 편지야!"라고 말하곤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아내 이상아 씨는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사랑이는 '듀센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습니다.
근육이 퇴행하며 나중에는 스스로 호흡할 힘마저 사라집니다.
여자아이는 5천만분의 1의 확률로 증상이 나타나며, 유일한 희망은 최근 미국에서 개발된 유전자 치료제 '엘레비디스'인데, 약값이 46억 원에 달합니다.
46억 원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전 씨는 고민 끝에 길을 나섰습니다.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을 향해 걸어오며 시민의 후원을 공개 요청한 것입니다.
지난 5일 시작한 전 씨의 도보 대장정은 사회관계망(SNS)에 오르내리며 화제를 모았고 언론 보도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740㎞를 걷는 동안 13억 7천만 원의 온정이 답지한 상황입니다.
출발 24일 만에 최종 목적지 광화문에 도착한 전씨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 길을 걸어도 내일이 어두워 보였는데, 어느 순간 한 분 한 분이 작은 빛들을 모아주셔서 힘이 됐다"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진행성 근육병을 가진 아이들은 오늘의 근력이 가장 강하다"며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가 국내에 도입되고 보험이 적용돼 더 이상 절망에 빠져 눈물짓는 환우들이 없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아빠는 슬프지 않거나 괴롭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네가 세상에 와주고 아빠의 딸이 돼줘서 감사하고 행복해. 너는 아빠와 엄마의 보물이고 모든 것이야. 사랑아 사랑해." 전 씨가 모은 후원금은 사랑의열매에 전달돼 사랑이를 위해 지정 사용됩니다.
사랑의열매는 사랑이를 위한 특별 후원 모금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 등 일부 고가 유전자 치료제에 대해서는 보험 적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랑이가 필요한 엘레비디스는 아직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