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 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잇따라 승소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4단독 최정윤 판사는 오늘(29일) 최 모 씨와 김 모 씨 등 2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제철이 최 씨와 김 씨에게 각각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최 씨 의 경우 이미 사망해 유족들이 배상금을 대신 받게 됐습니다.
같은 재판부는 양 모 씨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최 씨는 1941년 1월부터 1944년 9월까지, 김 씨는 1944년 4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각각 일본 가마이시 제철소와 야하타 제철소에 강제로 끌려가 일했습니다.
양 씨의 경우 1943년 7월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 강제동원됐습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배상금 변제 방법에 대해 "한국정부가 제3자 변제를 한다는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0여 건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실현된 게 없다"며 "원고들과 상의 뒤 가능하다면 강제집행을 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씨 측 소송대리인은 "재판 과정에서 일본 기업 측은 소멸시효를 주장했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와서 재판부가 그 부분을 받아들인 게 아닐까 싶다"고 했습니다.
소멸시효 시점은 그간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서 쟁점으로 다뤄져 왔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불법행위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됩니다.
다만 장애 사유를 해소할 수 없는 객관적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될 경우 장애 사유가 해소된 시점을 소멸시효 기준점으로 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8년 10월 30일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까지는 일본 기업 측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하급심에서는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