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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파병, 삼정 문란?…"명나라 몰락 원인은 기후변화"

조선 파병, 삼정 문란?…"명나라 몰락 원인은 기후변화"
▲ 영화 '노량' 중 한 장면 

중국 명나라 신종 만력제(1563~1620년)는 9세 때 즉위해 57세로 사망할 때까지 48년을 통치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스승이자 섭정 장거정의 엄한 지도 아래 열심히 공부했으나 장거정이 죽고, 잔소리할 사람이 없어지자 금방 게을러졌습니다.

그는 친정(親政)에 나선 후 초반에는 조금 열심히 정치하려 했으나 세자 책봉 문제 등으로 대신들과 대립한 후 정치를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친정 기간 그가 한 일이라곤 왜란에 신음하는 조선을 위해 파병하는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으나 무엇 때문인지, '조선 구출 작전'에 그는 진심이었습니다.

신하들의 반대가 잇따랐지만, 만력제는 조선 파병을 강행했고, 이는 명나라의 쇠락으로 이어졌습니다.

명의 몰락은 만력제부터 본격화됐다는 게 주류 역사계의 시각입니다.

학계에선 조선 파병, 경제의 몰락, 만연한 부정부패, 삼정(三政)의 문란, 만주족의 침입 등 여러 가지 원인을 꼽습니다.

중국사 전문가인 티모시 브룩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중국사 교수는 여기에 '기후 변화'를 추가합니다.

신간 '몰락의 대가'에서 그는 기후 위기로 작황이 나빠져 농산물 가격이 앙등하면서 거대한 제국이 무너지게 됐다고 진단합니다.

책에 따르면 명나라 말 중국에서 전례 없이 심각한 수준의 한파와 가뭄, 전염병, 돌풍 등 자연재해가 복합적으로 발생해 수백만 명이 숨졌습니다.

특히 1642년은 최악의 해였습니다.

당시 사대부였던 진기덕(陳其德)은 "시장에도 구매할 수 있는 쌀이 없었다. 곡물을 가진 상인이 있어도, 사람들은 가격을 묻지 않고 지나쳤다. 부유한 자들은 콩이나 밀을 찾아 헤맸고, 가난한 사람들은 왕겨나 썩은 음식물을 찾아 헤맸다"고 기록했습니다.

그로부터 2년 후 명나라는 멸망했습니다.

저자는 명 제국을 몰락시킨 극단적인 곡물 가격과 인플레이션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요인은 '기후'라고 단언합니다.

지구의 기온하락과 태양 흑점 활동의 감소 탓에 발생한 '소빙기'(小氷期)가 명 제국 몰락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14세기부터 시작된 소빙기가 1630년대 말 더욱 심해지면서 만주족의 남하를 부추겼다고 분석합니다.

"명나라의 가격 및 정치체제는 식량 공급의 완전한 붕괴를 견디지 못했다. 만주족은 춥고 건조한 기후에 더 잘 적응했을 수 있으며, 기온이 하강함에 따라 남쪽으로 밀려난 그들은 중국 영토를 가장 혼란스러울 때 점령하고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는 방식으로 재편했다."

(사진=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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