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너진 비닐하우스 안에 갇힌 염소들
"염소들을 밖에 내놓으면 얼어 죽을 텐데 비닐하우스에 깔려 죽는 것보단 낫겠는 심정으로 일단 이동시키고 있어요"
28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의 한 염소농장.
농장주 조 모(80) 씨는 사육동을 바라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비닐하우스 사육동 3곳에서 염소 700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500마리를 수용하는 2곳이 이날 쌓인 눈에 폭삭 주저앉았기 때문입니다.
비닐과 비닐을 지탱하는 철골 구조물이 전날부터 내린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염소들이 지내는 양쪽 공간으로 시설물이 힘없이 내려앉았고, 철골 기둥은 엿가락처럼 휘어있거나 접합부가 탈락해 있었습니다.
무너진 비닐하우스 위로 눈이 30㎝ 이상의 두께로 쌓여 있었고, 여기에 눌린 염소 3마리는 현장에서 폐사했습니다.
조 씨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나온 직원들은 시설물에 깔린 염소들을 빼내거나 빗자루 등을 휘두르며 염소들을 밖으로 내모느라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염소들은 겁을 잔뜩 집어먹은 듯 좀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다쳤는지 다리를 저는 염소도 보였습니다.
조 씨는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장기를 다쳤다면 나중에 수십 마리씩 쓰러질 수도 있다"며 불안해했습니다.
조 씨는 이날 오전 8시 사료를 주기 위해 농장에 나왔다가 사육동 한곳이 내려앉는 것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조경업에 종사했던 조 씨는 3년 전 은퇴자금으로 염소농장을 차렸다고 합니다.
조 씨는 "눈이 많이 내린다는 예보에 어젯밤부터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설마 했던 일이 진짜 벌어질 줄 몰랐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당장 이 추운 날 염소들을 먹이고 재울 곳이 없는 게 문제"라며 "비닐하우스 안에 뒀다가는 영락없이 또 깔려 죽을 것 같아서 이판사판 심정으로 염소들을 울타리가 쳐진 야외공터에 모아는 뒀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삼성면에 있는 다른 비닐하우스 2곳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모두 길이 50m에 폭은 4m가량 되는 커다란 비닐하우스였습니다.
겨울이라 재배 작물이 없거나 창고로 쓰이고 있었지만, 주인들은 복구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막막해하거나 안타까운 심정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부터 이날 오후 1시까지 도내에서 총 112건의 눈 관련 피해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진천·음성 지역에서 접수된 신고 건수만 90건으로 대부분의 피해가 중부 지역에 집중됐습니다.
이 중 폭설과 관련한 비닐하우스 및 축사 피해 신고는 총 6건으로 1건(청주)을 제외하고 모두 음성에서 발생했습니다.
음성에는 전날부터 21.3cm(기상청 측정 지점)의 눈이 쌓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