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시인류 파란트로푸스와 호모 에렉투스 발자국이 한 곳에"
아프리카 케냐의 투르카나 호수 인근에서 150만 년 전 종이 다른 호미닌(사람족)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와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Paranthropus boisei)가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 살았음을 보여주는 발자국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연구팀은 이는 다른 종의 호미닌이 같은 때 고대 호숫가를 걸어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며 이 발견이 인류의 진화와 종 사이의 협력과 경쟁 등에 대해 더 많은 통찰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피츠버그 채텀대학 케빈 하탈라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29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서 투르카나 호수 근처에서 뒤엉킨 형태로 발견된 원시인류의 발자국을 분석한 결과 주인공이 종이 다른 호미닌인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와 호모 에렉투스로 분석됐다고 밝혔습니다.
호미닌은 600만~700만 년 전 유인원에서 갈라진 인간 혈통에 속하는 멸종 원시 인류와 현생 인류를 모두 포함합니다.
호모 에렉투스와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 화석 연대가 겹쳐 오랜 기간 공존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의 상호 작용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고 연구팀은 지적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케냐 쿠비포라 지역의 투르카나 호수 근처에서 새 발자국 등과 뒤엉켜 발견된 원시인류의 발자국을 최신 기법을 사용해 3D로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발의 해부학적 구조와 운동 패턴 등을 분석했습니다.
하탈라 교수는 "발자국 화석을 분석하면 수백만 년 전 원시인류가 어떻게 돌아다녔고, 서로 또는 다른 동물과 어떻게 상호 작용했는지 알 수 있다"며 "이는 뼈나 석기 등으로부터는 얻을 수 없는 정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장소를 교차해 걸어간 원시인류 발자국의 형태와 보행 패턴 등을 분석한 결과 발자국 주인공은 서로 다른 종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탈라 교수는 걸음걸이와 자세에 대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 발자국 주인공은 호모 에렉투스와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로 추정된다며 이것은 두 호미닌의 발자국이 같은 곳에서 확인된 최초의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공동 연구자인 럿거스대 크레이그 페이벨 교수는 발자국이 만들어진 것은 150만 년 전이며, 발자국 표면 퇴적 상태를 분석한 결과 두 호미닌은 불과 몇 시간 차이를 두고 부드러운 퇴적층을 밟고 지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 발견은 호모 에렉투스와 파란트로푸스 보이세이가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 포식자를 피하고 식량을 확보하는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동시대에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연구는 두 호미닌의 생활 근거지가 겹치고 호수 주변이 두 종에게 모두 서식지로 중요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두 종 사이에 다양한 수준의 공존과 경쟁, 생태 지위 분할 등 상호작용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Kevin Hatala/Chatham University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