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 해의 해저 케이블 2곳을 절단했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선적 화물선 '이펑 3호'가 닻을 내린 채 180km 이상을 항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입수한 조사 내용에 따르면, 지난 14일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을 출항한 '이펑 3호'는 17일 오후 9시쯤 스웨덴과 리투아니아 사이의 수역에서 갑자기 닻을 내린 채 항해했습니다.
이때 첫 해저 케이블이 닻에 걸리면서 끊어졌습니다.
계속 닻을 내린 채 항해한 이 배는 다음 날 오전 3시쯤 독일과 핀란드 사이의 해저 케이블을 또 끊었습니다.
이미 닻을 내리고서 약 180㎞를 운항한 시점이었습니다.
두 번째 케이블이 절단된 뒤에야 '이펑 3호'는 닻을 올렸는데 이후에도 이상하게 지그재그 방향으로 항해했습니다.
'이펑 3호'가 180km를 항해하는 동안 선박의 항적을 기록하는 자동식별장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조사에 참여하고 있는 한 고위 관리는 "닻을 내린 채 항해하는 걸 선장이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닻이 끌리면서 배가 항해하면 속력이 크게 느려지는 만큼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설명입니다.
유럽 당국들은 선원들이 러시아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고서 저지른 사보타주, 즉 파괴공작일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펑 3호'의 선장은 중국, 항해사는 러시아 국적입니다.
'이펑 3호'는 출동한 덴마크 해군 함정의 추적을 받고 항로를 차단당한 뒤 덴마크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정박 중입니다.
나토(NATO) 회원국인 덴마크·독일·스웨덴 군함으로 구성된 소규모 함대가 '이펑 3호'를 일주일째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제해상법 규정상 나토의 군함들은 '이펑 3호'를 자국 항구에 강제로 정박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스웨덴과 독일 당국은 조사관들이 '이펑 3호'에 승선해 선원들을 조사하는 방안을 놓고 중국의 선적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펑 3호'의 중국 측 선적사는 국제수역에 정박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조사에 비교적 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취재: 최고운 / 영상편집: 이승희 / 제작: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