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운데)
영국 하원이 오는 현지시간 29일 말기 환자의 조력 사망을 합법화하기 위한 법안 투표를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공개적으로 지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습니다.
캐머런 전 총리는 27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조력 사망 합법화 추진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습니다.
캐머런 전 총리는 기고문에서 과거에는 취약한 사람들이 서둘러 죽음을 택하도록 압박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해당 법안에 반대해왔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다만 최근에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고, 다른 나라의 사례를 반영하는 한편 강력한 안전장치가 추가돼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입장을 바꿨다고 설명했습니다.
캐머런 전 총리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있는지, 악용될 위험은 없는지, 국민보건서비스(NHS)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압력은 없는지, 인간의 고통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찬성 입장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 결과 현재 발의된 법안이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만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사법 감독을 강화하는 등 안전장치도 마련됐다고 판단해 찬성하기로 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이어 "치료법이 없다는 것을 알 때, 죽음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 때, 환자가 마지막으로 극심한 고통의 시기에 접어들었을 때, 그들이 이런 고통을 막을 수 있고 그러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조력 사망법안은 "생명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앞당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동료 의원들을 향해서도 절차적 논쟁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법안의 내용에 주목해달라며 "이 법이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현직 상원의원이기도 합니다.
영국 하원에 발의돼있는 조력 사망법안은 말기 질환을 앓고 있으며 여생이 6개월이 안 되는 환자가 의학적 도움으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두 명의 의사와 판사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환자가 직접 약물을 투여하도록 하고 있어 안락사와는 구분됩니다.
전직 영국 총리 가운데 해당 법안에 찬성 입장을 밝힌 것은 캐머런이 처음입니다.
고든 브라운, 테리사 메이, 보리스 존슨, 리즈 트러스 등 다른 전직 총리들은 모두 해당 법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존슨 전 총리는 해당 법안이 국가가 지원하는 조력 사망의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오는 29일 하원 투표가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더타임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찬성입장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 결과 264명의 하원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답했고 반대입장은 215명이었습니다.
기권하겠다는 답변은 26명,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거나 의견을 밝히지 않은 하원 의원들은 150여 명이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