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내 빌런 고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상담까지! 직장생활의 모든 것, 대나무슾에 털어놔 봅시다!
Q. 완벽하게 일을 해내고 싶은 마음에 자꾸 예민해집니다. 뭔가를 시작하면 제가 만족할 만큼 결과물이 나왔으면 좋겠고, 기대하는 수준이 미치지 않을 때는 기분이 좋지 않고 죄책감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프로젝트나 어려운 일을 시작할 때 시작이 늦다는 피드백도 많이 듣는 편입니다. 일의 중요도나 우선순위에 따라 더 큰 노력을 쏟아야 하는데, 계속 진이 빠지고 힘듭니다. 아예 신경을 끄기는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높은 기준을 세우고 거기에 도달할 때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사람을 완벽주의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완벽주의자는 과거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Curran, T., & Hill, A. P. (2019). Perfectionism is increasing over time: A meta-analysis of birth cohort differences from 1989 to 2016. Psychological bulletin, 145(4), 410.). 경쟁이 심해지는 세상에서 더 완벽해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와 경쟁을 심화시키는 SNS의 발달도 완벽주의자의 증가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완벽주의의 건설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완벽주의는 성취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게 만듭니다. 우리 주변의 완벽주의자들을 떠올려보세요. 누구보다 일을 열심히 하는 일 중독자(workaholic)가 연상될 겁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착각이 생깁니다.
'일을 완벽하게 해서 완벽한 성취를 만드는 게 뭐가 나쁜 거지?'
'개인적 삶엔 지장이 있을 수 있지만, 조직 내 완벽주의자나 일 중독자가 많으면 성과에 더 좋은 게 아닐까?'
하지만, 조직 내 완벽주의에 관한 메타 연구(한 주제에 관한 여러 연구를 종합한 연구)에 따르면, 완벽주의와 성과와의 평균 상관관계는 0입니다(Harari, D., Swider, B. W., Steed, L. B., & Breidenthal, A. P. (2018). Is perfect good? A meta-analysis of perfectionism in the workplac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03(10), 1121.). 완벽주의 성향이 높은 것과 성과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완벽주의자가 성과를 내는 분야는 정해져 있습니다. 이미 정형화돼 있고, 숙련된 문제 해결 장면에서입니다. 그런데 실제 세상은 훨씬 모호합니다. 하나의 완벽한 정답을 찾는 것보다는 하나의 답을 찾고 실행 후 보완하는 애자일(agile) 방식이 더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모호한 문제를 대할 때, 완벽주의자들은 세 가지 실수를 범합니다.
첫째, 중요하지 않은 세부 사항에 지나치게 집착합니다. 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둘째, 실패로 이어질지 모르는 과제를 회피합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나 역량을 개발하지 않습니다. 셋째, 그렇기 때문에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도 어렵습니다. 완벽주의자에게 실패나 실수는 배움의 기회가 아니라, 남들로부터 비난이나 자책의 빌미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완벽주의자의 직무 동기는 대개 외재적 동기에 머무는 경향이 강합니다. 타인으로부터 평가나 외부에서 주어지는 보상에는 관심이 쏠리지만, 일을 통해 느끼는 자율성, 유능감, 유대감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일을 통한 재미나 의미, 가치를 경험할 가능성도 낮습니다(Stoeber, J., Damian, L. E., & Madigan, D. J. (2017). Perfectionism: A motivational perspective. In The psychology of perfectionism (pp. 20-44). Routledge.).
전통적으로 심리학은 완벽주의를 3가지로 구분합니다. 자신에 대한 완벽주의, 타인에 대한 완벽주의, 사회적으로 부과된 완벽주의입니다. 이 세 가지가 다 높을 수도 있고 다 낮을 수도 있습니다.
처방전
뇌과학 연구를 참고하자면, 우리 뇌에서도 두려움을 느끼는 영역인 편도체(amygdala)가 클수록 일을 미루는 경향이 강합니다. 게을러서가 아니라 두려움, 걱정 때문에 일을 미룬다는 의미입니다. 일을 미루는 뇌의 또 다른 특성은 배측 전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의 반응 수준이 낮다는 것입니다. 배측 전대상피질은 편도체로부터 전달되는 감정을 조절하고 필요한 반응을 선택하는 역할을 합니다. 완벽주의자가 생각이 막히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불안한 감정에 대해 과도하게 반응하는 데 비해,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 2분 명상을 하자
뇌과학적으로 일을 미루는 습관을 없애려면 편도체의 활성화 수준을 낮추고 배측 전대상피질의 반응 수준을 높여야 합니다. 편도체의 활성화 수준은 호흡에 집중하고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것으로도 감정의 요동을 낮출 수 있습니다. 구글의 엔지니어이자 명상 연구자인 차드 멍 탄(Chad-Meng Tan)은 2분 호흡법을 개발해 구글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향상했습니다. 방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2분간 자신의 호흡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것입니다. 주의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 다시 호흡에 원위치시키면 됩니다. 단 2분이면 족합니다. SNS를 멀리하고 명상에 쓰는 시간을 조금만 늘려보길 바랍니다.
2. 할 일 목록(to-do list)을 세부적으로 작성하자
미루는 습관 없애기 두 번째는 배측 전대상피질 반응 높이기입니다. 배측 전대상피질이 일하도록 속이려면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매일 할 일 목록을 세부화, 구체화해 포스트잇에 적어 책상에 붙여 놓으세요. 하나씩 해결할 때마다 떼서 찢어 버리면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믿음이 강화됩니다.
3. 구체적인 목표와 마감 기한(dead-line)을 스스로 정하자
완벽주의자들에게 하는 흔한 조언 중 하나는 "최고가 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입니다. 하지만, 심리학의 연구를 종합해 보면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받은 사람들이 구체적이고 어려운 목표에 무작위로 배정된 사람들에 비해 수행 결과도 나쁘고 수행 과정에서 배움도 적습니다(Locke, E. A., & Latham, G. P. (2002). Building a practically useful theory of goal setting and task motivation: A 35-year odyssey. American psychologist, 57(9), 705.). 최선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정밀한 목표에 집중하고 자신이 정한 마감 기한에 마무리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완벽주의 기질을 활용해 성과를 높이려면, 현재보다 조금 높은 구체적이고 분명한 목표가 필요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정해준 마감 기한은 통제감을 떨어뜨리지만, 스스로 정한 마감 기한은 통제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