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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1편에서는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이 철도 사업의 만성적인 적자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살펴봤습니다. 계속되는 적자와 낮은 요금, 그리고 구조조정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2편에서는 철도 사업의 적자 해소를 위해 시도되고 있는 구조조정과 외주화,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안전' 요구는 커지는데... 인력은 줄고 외주화
이뿐만 아니라 한국철도공사는 신규로 개통되는 8개의 노선 중 4개의 유지보수(전기 분야)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할 예정입니다. 코레일의 자회사 코레일테크가 이 업무를 담당하는데, 노동조합에 따르면 코레일테크는 전문 인력을 고용하는 대신 계약직과 일용직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하죠.
서울교통공사의 입장도 한국철도공사의 접근 방식과 비슷합니다. 지난해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경영 합리화를 위해, 또 공사의 만성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인원 감축을 하겠다고 밝혔어요. 구체적으로는 2026년까지 서울교통공사 직원 2,212명을 줄이겠다는 거였고요. 인원이 줄어든 만큼 기존 인력이 담당하던 업무들은 다 위탁할 예정입니다. 차량관리소 업무도 자회사에 위탁하고, 냉방기 정비 도장 작업 위탁도 늘리고, 궤도 유지보수도 외주를 주는 식으로 말이죠.
문제는 인력이 줄어드는 사이 사업장의 안전 평가는 점점 안 좋아진다는 겁니다. 산업안전공단에서 진행하는 '공공기관 안전활동 수준 평가'라는 사업이 있습니다. 공공기관의 안전활동 수준을 전반적으로 평가해서 기관별로 상태를 점검하는 사업인데요. 한국철도공사와 에스알은 2019년엔 A등급으로 우수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엔 C등급(미흡)으로 떨어졌습니다. 공공기관 안전 관리 등급(1등급은 우수, 5등급은 매우 미흡)에서도 한국철도공사와 에스알은 2023년에 3등급으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고요.
이렇게 안전 평가가 좋지 않은 이유는 철도 사업 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교통공사에서 공개한 연도별 산업재해 건수와 산업재해율 데이터를 살펴보면 점점 그 건수와 비율이 늘어나고 있어요. 2016년 서울교통공사의 산업재해 건수는 36건. 2023년엔 91건으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근로자 수 대비 재해 건수를 계산한 산업재해율도 2016년 21.2%에서 2023년 46.0%로 크게 늘어났어요. 한국철도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철도공사엔 지난해 한 해에만 86건의 산재 신청이 들어왔는데, 올해는 이미 상반기에만 52건이 접수될 정도예요.
사망 사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철도 사업장에서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어요. 지난 6월엔 3호선 연신내역에서, 7월엔 6호선 삼각지역에서 감전 사고가 발생해 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있었죠. 원래 전기 작업을 할 때에는 시설물 양쪽 전기를 모두 차단하는 게 매뉴얼인데, 연신내역에서 근무하던 공사 직원은 업무 일정을 맞추기 위해 절반만 단전한 상태로 작업하다가 사고가 나버렸죠. 삼각지역에서 사망한 직원은 용역업체 소속 직원이었고요.
철도 노동자들은 무리한 인력 감축이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외주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노조에서는 노동자들이 관리할 노선은 새로 늘어났지만, 인력이 충원되지 않고 있어서 안전 공백이 이미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요.
대중교통비 올리면 해결할 수 있을까?
철도 사업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또 다른 사업인 고속도로 사업과 비교해 보면 철도는 특정 시간에만 이용자가 몰린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출근 시간과 저녁 5시부터 7시까지 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다른 시간대에 이용객이 많지 않아서 수익성이 떨어지죠. 하지만 고속도로의 경우엔 출퇴근 시간 외에도 꾸준히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수익성이 보장됩니다.
지역 단위 철도 사업자들은 노인 무임승차에 대한 개선 요구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요금 인상이 어렵다면, 현재 돈을 내지 않고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조금이라도 요금을 받을 수 있게 바꾸자는 요구인 거죠.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2년 제정된 노인복지법 시행령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엔 만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지하철 요금 50%를 할인해 주었는데, 1984년엔 그 할인율을 100%로 개정하면서 지하철 무임승차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었죠.
제도 시행 당시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4.1%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큰 부담이 없었어요. 하지만 2024년 65세 이상 인구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9.2%를 차지할 정도로 급증했습니다. 1984년의 기대수명은 68.3세였지만 2022년엔 82.7세로 늘어났고요. 무임승차하는 노인이 늘어나면서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적자는 더 커져갔습니다. 공사는 무임승차 인원이 모두 요금을 낼 경우 현재 서울 지하철의 운영 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해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액 3,663억 원이 들어왔다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폭은 1,500억 원대로 줄어들게 되죠.
하지만 이 문제를 수혜를 받는 노인과, 수혜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이렇게 나누어서 생각해서는 안될 겁니다. 단순히 노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 노인들에게 요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지하철은 적자입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도 어차피 열차는 운행되고, 그 운영비는 나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죠.
또한 무임승차로 노인들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얻게 되는 사회적 효과도 상당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노인의 이동권이 보장되면서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그로 인해 의료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거든요. 그만큼 기초생활급여로 나갈 예산도 줄어들게 되고, 활동이 많아지면서 우울증도 줄어드는 등 연간 약 3,650억 원 규모의 편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갈등 해소의 키는 정부가 쥐고 있다?
사측과 노측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정말로 12월 수도권에는 대중교통 대란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중앙정부가 조금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하고 있어요. 철도와 지하철의 공공성 차원에서 요금을 조정하고 있다면, 정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재정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