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코로나 기간에 여러 항공사가 고객들의 마일리지 유효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늘려준 일이 있었습니다. 이게 올해가 지나면 소멸된다는 안내를 받은 고객들이 많은데, 막상 쓰려고 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노동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올해를 끝으로 마일리지가 없어질 거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1만 6천500여 마일, 국내선 비즈니스 좌석을 왕복 이용하고도 남는 마일인데, 급히 알아본 마일리지 좌석은 사실상 예약이 불가능했습니다.
[이 모 씨 : 제주도를 가볼까 생각했는데…. 괜찮은 주말이 껴 있는 거는 다 표가 없더라고요.]
마일리지로 물건을 사는 항공사 쇼핑몰을 찾아봤지만 거의 매진입니다.
[이 모 씨 : 다 매진이에요. 매진, 매진, 매진. 돈 주고 사긴 아까워도 사고 싶은 거 사면 애들한테도 연말 선물도 줄 수 있어서 활용해 볼까 했는데….]
연말 마일리지 소멸 대란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지만 올해 유독 불만이 많은 건, 코로나 때 항공사들이 유효기간을 연장해 준 만기가 올해 집중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연내 결론이 도출될 걸로 보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앞두고, 합병 뒤 아시아나 마일리지 가치를 얼마나 쳐줄지 불확실해 미리 소진하려는 수요가 더 몰렸습니다.
[항공업계 관계자 : 유예를 했어요. 계속. 유효기간이 돌아왔음에도. 근데 비행편이 안 떴잖아요, 그 당시에는. 마일리지는 계속 있으시잖아요. 그게 쌓이고, 쌓이고 쌓인 거죠.]
웬만해서는 쓰기 어렵다 보니 양대 국적 항공사의 미사용 마일리지는 무려 3조 5천130억 원어치에 달하는 걸로 추정됩니다.
항공사들은 회계상 '부채'로 분류되는 마일리지 소진에 비상인데, 대한항공은 다음 달 말 전 좌석을 마일리지 승객으로 채운 국내선 특별편을 6차례 띄우기로 했습니다.
편도 승객 기준 840명 정도가 혜택을 보는 마일리지 전용기로는 고객 잔여 마일리지를 다 처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 사용처를 세분화해 더 확대하고 마일리지 좌석 비중도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편집 : 원형희, 디자인 : 최진회, VJ : 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