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살 된 태백선수촌, 방치할 것인가?
태백선수촌은 백두대간의 중추인 함백산의 해발 1,330m 고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1만 평에 가까운 대지에 숙소동, 관리동, 실내 체육관이 있고 400m 우레탄 트랙이 깔려 있습니다. 태백선수촌은 고지대 훈련을 통해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지구력을 키워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그동안 복싱, 태권도, 유도, 트라이애슬론 등 다양한 종목에 걸쳐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지대 산악 훈련장으로 각광받아 왔습니다. '지옥의 코스'로 불리는 7.1km의 '소로골 코스'와 7.9km의 '사내골 코스', 2가지 크로스컨트리 코스가 있어 선수들의 체력과 정신력 단련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곳의 기온은 서울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제가 태백선수촌을 방문한 11월 14일, 태백시의 기온은 서울보다 3도쯤 낮았고 해발 1,330m 고지에 있는 태백선수촌은 이보다 3-4도가 더 낮은 데다 바람까지 세게 불어 더 춥게 느껴졌습니다. 기록적 폭염을 보였던 올해 여름에도 이곳에서는 밤에 이불을 덮고 자야 할 만큼 서늘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10년 전만 해도, 여름철에는 종목별 대표팀과 프로구단들 간에 입촌 경쟁까지 벌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곳을 찾는 발길이 뚝 끊어졌습니다. 2024년의 경우 태백선수촌에서 훈련한 팀은 복싱, 트라이애슬론, 에어로빅 고작 3팀에 불과합니다. 1월부터 5월까지 사용한 팀은 하나도 없고 10월 이후 지금까지도 훈련 일정이 비어 있습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낙후된 시설에 있습니다. 스포츠 취재기자로 35년을 활동한 저는 뉴스 제작을 위해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습니다. 처음 태백선수촌에서 취재했던 2000년 봄 이후 24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나아진 것은 거의 없습니다. 아니, 시간이 가면서 점점 더 시설이 눈에 띄게 낡아졌습니다.
육상 트랙은 고작 4레인. 1998년 개장 때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실내 체육관의 크기입니다. 핸드볼은 고사하고 농구장 규격도 나오지 않을 만큼 작아 연습도 경기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한마디로, 체육관이라는 명칭을 쓰기가 민망할 정도입니다.
숙소 규모는 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방이 고작 17개에 불과합니다. 3인 1실 기준으로 최대 51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입니다. 하지만 남녀 선수 분리, 임원/선수 분리를 감안하면, 실제 2인 1실 기준으로 단체 종목 1개 팀을 받으면 다른 팀은 수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태백시와 태백선수촌의 거리는 자동차로 20분. 해발 1,300m가 넘는 태백선수촌을 태백시에서 매일 왕복하는 것도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태백선수촌을 찾는 선수들이 뜸해지다 보니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원도 턱없이 적습니다. 대한체육회 국제본부장을 역임했던 박인규 촌장 외 체육회 직원 3명과 교대 근무하는 용역 직원 6명만이 칼바람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럼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가고 있는 태백선수촌을 없애야 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러닝을 즐기는 저는 고지대 훈련 효과를 체험하기 위해 11월 14일 오후, 태백선수촌 트랙을 달리며 기록을 재봤습니다. 해발 고도 100m 이하에서 2,000m를 달릴 경우 제 기록은 평균 8분 30초입니다. 그런데 태백선수촌 트랙에서는 1,200m가 지나자 숨이 급격하게 차면서 페이스가 떨어졌고 결국 9분을 훨씬 넘겼습니다. 산소 밀도가 확실히 평지보다 낮아 산소 섭취가 어렵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태백선수촌에서 적절하게 훈련한다면 선수들의 적혈구 수치를 증가시켜 산소 운반 능력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태백선수촌을 완전히 없앨 경우 이를 대체할 만한 곳을 찾아 새로 건립하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낙후된 숙소동, 관리동, 실내 체육관을 헐고 다목적 체육관을 신축하는 것이었습니다. 농구, 배구는 물론 경기장 규격이 훨씬 큰 핸드볼도 할 수 있는 체육관을 비롯해 체력 단련실, 저탄소실, 실내 트랙이 들어서는 체육관을 짓는 겁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선수 숙소도 16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대폭 확대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