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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시작하자마자 마감…백화점이 롯데월드와 경쟁하는 이유 [스프]

[트렌드 언박싱] 이젠 구색과 가격만으로는 고객을 매장까지 오게 만들기 어렵다 (글 : 기묘한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 발행인)

예약 시작하자마자 마감…백화점이 롯데월드와 경쟁하는 이유 [스프]
기묘한 트렌드 언박싱 썸네일
 
기묘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의 발행인으로, 「기묘한 이커머스 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뉴스레터를 통해 업계 현직자의 관점을 담은 유통 트렌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같은 곳입니다. (백화점에) 접근하는 패러다임을 바꿔 서울에 오면 꼭 와야 할 장소로 설정했습니다."

지난 10월 23일 열린 글로벌 패션 포럼 기조연설에 나선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는 더현대 서울의 추진 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더현대 서울은 오픈 초기부터, 이러한 방향성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덧 고객들은 더현대 서울을 백화점을 넘어선 하나의 놀이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사실 유통점이 앞으로 테마파크와 경쟁할 거라는 건, 새로운 발상은 아니다. 무려 8년 전인 2016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스타필드 하남점을 선보이며,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거라고 선언했다. 심지어 신세계그룹은 아예 프로야구단을 인수하기도 했다. 현재는 청라에 돔구장을 포함한 새로운 스타필드 매장을 준비 중이며, 뒤이어 화성에 파라마운트 테마파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이렇게 유통 기업들이 매장을 테마파크처럼 느끼도록 만들고, 더 나아가 실제 테마파크까지 짓는 건, 업의 본질이 완전히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삼성의 고 이건희 회장은 평소 업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는 걸로 유명했다. 그가 바라본 유통업의 본질은 부동산업이었다. 결국 유동인구가 많은 입지를 선점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건데, 실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를 철저히 따른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입지는 예전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입지가 중요한 건 고객이 접근하기 편리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우리가 무언가를 살 때 다양한 상품을 비교하며 사기 위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갔었다. 그리고 이왕 가는 건, 더 가깝고 가기 쉬운 곳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어디서나 편리하게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가격도 저렴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입지가 가진 장점은 점차 희석되고 있다.

스타필드 청라는 야구장과 쇼핑몰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출처 : DLA+
그렇다면 고객이 매장으로 오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대신 등장한 것이 바로 차별화된 콘텐츠, 그리고 여기서 누릴 수 있는 경험이다. 가장 먼저 변화의 바람을 불러온 것은 역시나 현대백화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판교점을 오픈하면서 EATALY, 사라베스 키친 같은 해외 유명 F&B 브랜드를 입점시킨 것은 물론, 회전목마가 있는 백화점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이러한 흐름을 이어간 것이 앞서 언급하기도 한 스타필드 하남이다. 당시 분점을 내지 않기로 유명했던 의정부 평양면옥을 최초로 입점시키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이름을 떨쳤다.

최근에는 사고 먹는 걸 넘어서 아예 즐기는 콘텐츠로 진화하는 것이 눈에 띈다. 이러한 흐름의 대표 주자로 주요 백화점 3사가 매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크리스마스 팝업을 들 수 있다. 첫 시작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파사드였는데, 이제는 크리스마스마켓 형태로 진화하여 예약을 시작하자마자 마감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것이긴 하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 연말 할인행사보다 존재감이 커진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단지 보는 걸 넘어서, 예약을 하고 방문하여 사진을 찍으며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특별한 팝업 상품들을 소비하며 고객들은 시간을 백화점에서 보내게 된다.

크리스마스 팝업이 보여주듯이 이제 유통점들은 고객들을 사로잡을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진심이다. 출처 : 현대백화점
이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역시나 더현대 서울의 크리스마스 팝업인데, 무려 1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고 한다. 사실 이는 과거의 기준대로라면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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