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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계좌로 '돈세탁'…왜 못 걸러내나?

<앵커>

신용보증기금은 저희 보도로 드러난 이런 병원과 브로커들의 불법 대출 의혹에 대해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불법 대출이 있었단 건 그만큼 지원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받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한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왜 걸러내지 못했던 건지 계속해서 김보미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신용보증기금의 예비창업보증은 전문자격을 보유하거나 기술과 지식기반의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사나 약사 등 의료 전문직들에게 90% 가까이 지원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5년간 신용보증기금 예비창업보증을 통해 대출을 받은 병 의원과 약국은 총 1만 9천580곳에 달합니다.

신용보증기금 대출 보증을 받기 위해 불법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는데도, 신용보증기금은 자금 출처에 대한 직접 조사 권한이 없어 걸러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의료 대출 업계 관계자 : 정말 그냥 잔고지만 찍은 날만 보는 경우도 있었고요. (브로커가 돈을 의사 계좌에) 하루만 정말 넣었다가 빼는 경우도 있었어요. 3주만 넣었다 빼면 계속 (수수료가) 몇천만 원씩 나오니까 돈이 계속….]

지난해 한 대형 한의원 프랜차이즈 업체가 이런 방식을 이용한 사기 대출 사건이 불거지기도 했는데, 이후 신용보증기금은 보증서를 발행할 때 자금을 위변조하지 않았다는 확약서를 의무화했지만, 현실에선 실효성이 없습니다.

[B 씨/대출 브로커 : 신용보증기금 애들이 어떻게 보냐면 이런 서류를 써요. 자기 관련 증빙 자료는 부풀려지거나 위변조되지 않은 자금이며 자기 자금은 상환 의무, 그러니까 그 빌려온 돈이 아니라는 것들 확약한다라는 서류를 써요. 걔네들이 실질적으로 확인을 하지는 않으니까.]

가족 계좌를 거쳐 들어온 자금은 증여세 납부 증명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검증할 수도 있지만, 일관된 관리 지침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A 씨/대출 브로커 : (한의원 프랜차이즈 업체) 사태 이후로 일부 지점에서는 부모 자금을 인정을 안 해주는 지점이 많아요. '부모한테 받았으면 증여세 낸 영수증 가져와' 하는 지점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지점을 제가 찾을 거고요.]

검증이 허술한 지점을 찾기 위해 대출 브로커가 어떻게 하는지는 그들의 통화 녹취에서도 확인됩니다.

[대출 브로커 간 대화 : ○○ 팀장하고 저녁 먹기로 했거든. 이 사람이 '키맨'을 좀 많이 소개해줬고. 이 사람 내년이면 지점장 나갈 것 같더라고. 어떻게 보면 관리지.]

이렇게 자기자본도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대출로 창업하다 보니 파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상황.

지난 5년간 신용보증기금이 대출 보증을 섰다가 떠안은 손실 금액만도 1천400억 원에 달합니다.

SBS 취재내용에 대해 신용보증기금은, 보증서 발행 기준을 자기 자본 규모에서 창업 후 1년간 추정 매출액으로 변경하고, 매년 실제 매출을 확인해 미달할 경우 조기 상환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관리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오영택, 디자인 : 이민재·서승현,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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