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장애 2급 승호는 왜 살인자가 되었나
15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피의자와 피해자가 뒤섞여버린 비극을 추적했다.
지난봄 새벽 3시, 경찰과 구급대가 출동한 현장에는 흉기에 찔린 남자가 쓰러져 있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사망한 19살의 박 씨. 이를 신고한 것은 박 씨의 친구 조 씨였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있던 최 씨의 아들 승호가 현장에서 검거되었다.
이 소식을 듣고 곧장 경찰서로 간 최 씨는 어딘가 이상한 모습의 아들 승호를 보고 놀랐다.
머리카락은 군데군데 잘려 나가고, 몸 곳곳에는 음란한 낙서가 남아있었다. 이를 본 최 씨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사망한 박 씨, 그리고 신고자 조 씨, 또 범인 승호는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동창이었다.
지난 4월 13일 밤 11시를 넘어선 무렵 박 씨와 조 씨가 승호의 집을 찾았다. 이들은 방이 더럽다며 물을 뿌린 뒤 승호에게 닦으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박 씨가 승호에게 옷을 벗게 한 뒤 라이터로 승호의 음모를 태웠다는 것. 그리고 이를 본 조 씨도 가위를 들고 승호의 음모를 잘랐다. 이어 두 사람은 승호의 머리를 강제로 밀었다.
이후에도 박 씨와 조 씨의 승호를 향한 가혹 행위는 계속되었다.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행동을 승호에게 시키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폭행을 하고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까지 했다는 것. 그리고 결국 이를 참지 못한 승호가 박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이에 박 씨가 사망했던 것이다.
결국 승호는 살인 혐의로, 신고자 조 씨는 특수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지적 장애 2급의 승호는 수년간 박 씨와 조 씨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이에 최 씨는 두 사람에 대한 분노가 차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 씨를 용서하자는 아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복잡해졌던 것.
그리고 지난 9월 5일 승호는 1심 선고재판에서 장기 5년, 단기 3년의 징역형을 받았다. 가혹 행위의 피해자라는 사실은 받아들여졌지만, 무거운 범죄를 저질렀고 유족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이 불리하게 판단됐던 것이다.
폭행의 피해자이지만 살인의 가해자 승호의 아버지는 조 씨에 대해 합의서를 써주고 용서해 주었다. 그러나 박 씨의 가족들은 승호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
승호의 아버지 최 씨는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사죄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수차례 박 씨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해 사과했다. 그러나 그들로부터 용서는 받지 못했다.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을 당해 신고를 했던 승호. 그러나 이내 승호는 취하를 부탁했고 가해자들을 용서하겠다고 했다. 이에 최 씨도 아들의 바람대로 신고를 취소하고 용서했다. 그런데 당시 가해자가 바로 사망한 박 씨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것이다.
이에 제작진은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학교 폭력 조사를 담당한 교사와 담임을 만나 물었다. 그러나 이들은 기억나는 것이 없다거나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5년 동안 가혹 행위를 당하고 돈을 갈취당하면서도 박 씨와 조 씨 곁에 머물렀던 승호. 승호는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준 둘을 친구라고 여겼고 그렇기에 그들의 가혹 행위도 고스란히 견뎠던 것이다.
그런데 승호의 휴대전화에 남은 통화 녹음 파일 속에서는 박 씨와 조 씨가 승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세 사람의 관계가 그대로 드러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박 씨와 조 씨는 승호를 전혀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아랫사람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다.
전문가는 해당 사건에 대해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학교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만들어버린 몇 번의 과정들, 놓쳐버린 순간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한 청소년이 있으면 가정과 학교와 또 지역사회가 있을 것, 빨리 손도 잡아주고 도움을 요청하면 답도 해줘야 한다. 결국 사회로 돌아와야 할 아이들이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세 사람의 동창은 "박 씨가 승호를 괴롭힌 걸 알고 있었던 사람들 많았을 거다. 알고 있었음에도 안 말린 것이 부끄럽고 미안하다"라며 "박 씨는 떠났는데 승호는 그 기억을 가지고 심지어 평생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하니까"라고 승호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그리고 승호의 아버지 최 씨는 "학교 폭력에 대해 알았다면 쫓아다니면서라도 어떻게 했을 텐데 아들을 더 잘 돌보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라며 가슴 아파했다.
교도소에서 연락을 해온 승호는 어떤 마음으로 조 씨를 용서해 줬냐는 최 씨의 물음에 "그래도 정이 있으니까"라는 말을 남겨 보는 이들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다.
이에 최 씨도 박 씨의 가족들에게 계속 사과를 할 것이라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