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6일 오전 인천 강화군 송해면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에서 북한 군인과 주민들이 해안 철책을 설치하고 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에서 일개 '총알받이'로 전락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향한 세뇌된 충성심, 굶주림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 바깥 세계에 대한 동경 등에 의해 기꺼이 파병에 자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00만 명이 넘는 상비군을 보유한 북한 정권이 이러한 군인들의 심리를 이용해 러시아에 추가로 더 많은 병력을 보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러 명의 군인 출신 탈북자와 북한 군사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지닌 충성심과 결의는 이들이 전장에서 단순한 용병이나 총알받이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2019년 탈북한 군인 출신 탈북자 유성현(28) 씨는 WSJ과 인터뷰에서 만약 자신이 복무 중에 러시아 파병 명령을 받았다면 오히려 감사해 하며 명령을 따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 역시 북한군에 몸담던 시절에 이번에 러시아에 파병된 많은 북한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채로 건설 현장 등에서 노동에 시달렸다고 했습니다.
만약 러시아 파병 명령을 받았다면 "적어도 식사는 이보다 더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면서 이번에 파병된 다른 군인들도 이와 비슷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평생에 걸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세뇌받은 이들에게 러시아 파병은 김정은 정권에 돈과 영광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매체는 분석했습니다.
유성현 씨는 "북한 군인들은 자신들이 김정은을 위해 어떤 것이든 해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특수부대인 11군단, 이른바 '폭풍군단'의 군인들은 비록 전투력 면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특수부대에는 못 미치겠지만 정권에 대한 충성심과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만큼은 고도로 훈련받은 병사들일 것이라고 전직 미군 특수부대 장교 데이비드 맥스웰은 지적했습니다.
폭풍군단 출신 탈북민 이현승(39) 씨는 WSJ에 과거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위해 죽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사상 교육을 매일 받았다면서 이번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도 분명히 이 같은 교육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전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희생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러시아로 가라는 지도자의 명령에 감히 의심을 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군인과 그 가족들이 엄청난 신분 상승을 누렸던 것을 목격한 북한 군인들 입장에서 이번 러시아 파병도 그와 같은 기회로 여겨질 수 있다고 1998년 탈북한 전직 북한 장교 심주일(74)씨는 WSJ에 말했습니다.
당시 베트남전에서 살아 돌아온 공군 조종사들은 모두 영웅 대접을 받고 고위 장교로 진급했으며 전사한 조종사들의 아내들도 노동당 내에서 고위직에 오르며 신분 상승을 겪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 군인들의 정권에 대한 충성심과 굶주림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전 세계 어느 국가 병력보다도 강한 만큼 북한이 앞으로 러시아에 추가 파병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WSJ은 북한의 이번 1차 파병을 우려하게 만드는 것은 북한이 더 군대를 보낼 수 있다는 능력이라면서 현재 북한은 세계 최대 규모인 약 120만 명에 달하는 상비군을 보유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한편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 5일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 군인들과 우크라이나군 사이에 소규모 전투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는 러시아에 도착한 초기 북한 병력이 아직 본격적인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국 당국은 북한 군인들이 수일 내에 전투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