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로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죠. 그런데 여성국극은 드라마 속 옛날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정년이의 후예들이 있습니다.
드라마 '정년이' 오프닝에 등장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여성국극 1세대 명인 조영숙 선생인데요, 조영숙 선생의 제자들은 '여성국극제작소'라는 단체를 결성해,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여성국극 계승에 노력해 왔습니다.
현재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상주단체로 여성국극 신작을 선보이고 있는 여성국극제작소 박수빈 대표로부터 여성국극에 대한 인식 변화, 여성국극의 장르적 특징과 의미를 들어봤습니다.
김수현 기자 : 웹툰 '정년이'가 나와서 관심이 커졌고, 국립창극단이 웹툰을 원작으로 한 창극을 올렸는데, 국립창극단 공연이 인기가 많긴 하지만 그건 특별히 금방 다 매진되고 정말 장안의 화제였거든요. 그게 화제가 되고 나서 여성 국극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 거죠. 저런 게 있었는데 너무 재미있었을 것 같아. 그때 안산에서 공연을 해서 사실 저는 못 봤습니다만 굉장히 기사도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을 해요. 그전과 확실히 달라진 걸 좀 느끼셨을 것 같아요.
박수빈 여성국극제작소 대표 : 전혀 못 느꼈고요.
김수현 기자 : 아 그래요?
박수빈 대표 : 죄송해요, 솔직해서. 진짜 힘들었고. 정말 모든 사람들을 다 찾아다니면서.
김수현 기자 : 만들 때.
박수빈 대표 : '레전드 춘향전'을 만드는 기획 의도에 대해서 1, 2, 3세대가 만나서 제 마음은 딱 하나였어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만들고 이제 내려놓자. 너무 지쳐 있었고 선생님들은 선생님들대로 연세가 있으신데, 사람들은 만나러 다닐 때마다 여성국극이 이 세상에 왜 있어야 되냐, 이 시대에 여성국극이 있을 이유는 없다, 네가 무대에 서려고 하는 거 아니냐. 이런 말들을 들으면서 다 찾아다니면서 제안을 드렸고.
정년이가 이렇게까지 될지도 몰랐고, 저도 봤지만 웹툰 너무 재미있었고, 창극도 저희 선생님 모시고 가서 자문도 했고 그랬는데, 그게 사실은 진짜 여성국극 장르까지는 유입이 안 됐어요. 여성국극이라는 장르를 하고 있는 우리 단체 말고도 이 장르를 하는 선생님들이 아직 있잖아요. 근데 그 공연까지는 아직 유입이 안 됐었기 때문에 '레전드 춘향전' 할 때만 해도 느끼지 못했었죠. 그 이후에 느끼기 시작했죠. 그 이후에. 그해 말.
이병희 아나운서 : 어떻게요?
박수빈 대표 : 지원 사업을 제가 매번 넣으니까, 심사위원들 면접 보러 갈 때 눈빛과 태도가 달라요. 그 전해만 해도 "여성 국극이 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이런 느낌이었는데 그해 연말에 면접 보러 갔을 때는 "여성국극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질의를 하시더라고요.
이병희 아나운서 : '레전드 춘향전' 이후예요?
박수빈 대표 : '레전드 춘향전' 때문만은 아니고 당연히 정년이이기 때문일 거고, 당연히 창극 때문일 거고, 그렇지만 이렇게 변하고 있구나. 그걸 체감한 게 그때라는 거죠. 이제 변하고 있구나. 연극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연극계에서는 아예 국악이라고 생각하고 말았었는데 그해부터 연극계에서도 관심을 갖더라고요.
김수현 기자 : 그렇죠. 음악적인 것만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종합적으로 다 있는 건데.
박수빈 대표 : 맞아요. 여성국극에 대해서 사람들이 창극과 뭐가 다르냐, 마당놀이와 뭐가 다르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가장 큰 요소가 연극적 요소예요. 처음에 만들어질 때부터 한국 전통 콘텐츠인 국악을 기반으로 했지만, 무대를 만드는 모든 기준이 연극적인 요소였거든요. 연극 유학을 다녀오신 분들, 극작부터 무대 장치, 의상 등 다 연극적 요소를 반영했기 때문에 여성국극은 연출이 중요했고요. 그래서 연극적인 부분들을 최대한 많이 살리려고 지금도 노력을 하고 있죠.
김수현 기자 : 네. 그러면 또 다른 여성국극만의 장르적인 특징이 있다면 얘기를 해 주시면 좋겠어요. 연기를 할 때 특히 여성이 남자 역할도 하고 하니까.
박수빈 대표 : 특징은 되게 많아요. 일단 여성이 남성의 역할을 하는, 젠더를 해체한 연극들은 이제 많잖아요.
김수현 기자 : 그렇죠. 젠더프리 캐스팅이 많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