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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의 또 다른 피고인들

혐오와 폭력을 조장한 이들에게 법은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가?

[취재파일]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의 또 다른 피고인들
프랑스 파리에서 4년 전의 충격적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재판이 이번 주 시작됐습니다. 해당 사건은 당시 프랑스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교사 사뮈엘 파티 참수 사건'으로, 재판 당일 법정 주변엔 수많은 언론들이 몰려 이 사건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여전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파리 근교의 중학교 역사 교사였던 파티는 2020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며 이슬람교 선지자 무함마드를 풍자 소재로 삼은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가, 10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거리에서 잔혹하게 살해됐습니다. 범인은 당시 18살인 체첸공화국 출신 러시아인 압둘라 안조로프로, 온라인 상에서 파티가 신성모독을 했다는 주장을 접한 뒤 범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파티를 살해한 뒤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하다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됐기 때문에, 이 사건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사건으로 법정에 서게 된 8명의 피고인들은 누구일까요? 이들은 파티를 표적으로 온라인 상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혐오를 조장한 혐의를 받는 이들과 안조로프의 범행을 도와주거나 공모한 혐의를 받는 이들입니다.

테러 반대 집회에서 한 여성이 살해된 학교 교사 사무엘 파티를 위해 촛불을 켜고 있다.

언론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피고인은 50대 브라힘 시니나입니다. 시니나는 파티가 수업 때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아버지에게 전해 그를 비난하는 온라인 여론이 일도록 한 장본인인 당시 13살 소녀의 아버지입니다. 그는 파티가 해당 수업에서 무슬림인 자신의 딸을 차별하고 교실에서 떠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는데, 앞선 재판 과정에서 그의 딸은 사실 정학 처분을 받은 상태로 해당 수업을 듣지도 않았고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때문에, 딸의 말을 전해 듣고 그가 했던 주장들도 사실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분노에 사로잡힌 시니나는 학교로 쫓아가 파티를 당장 해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를 교단에서 몰아내겠다며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파티의 연락처로 비난 메시지를 보내고, SNS에도 파티의 이름과 학교 주소 등 정보와 함께 이런 내용을 올렸습니다. 이 일로 온라인 상에서 파티를 비난하는 여론이 확산했고, 파티에 반대하는 온라인 캠페인도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수업이 있을 지 11일 뒤, 파티는 끔찍한 범죄의 표적이 됐습니다. 검찰은 시니나가 테러조직에 연루돼 있고 안조로프와도 접촉한 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시나나는 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법정에 선 또 다른 주요 피고인으로는 압델하킴 세프리우라는 인물도 있습니다. 그는 소녀의 아버지 시니나와 함께 학교 앞에서 파티를 비난하는 동영상을 촬영하고, SNS를 통해 학교 측에 압력을 가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국 조사에 따르면, 그는 유대인 사회와 우호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슬림들을 줄곧 비판하고 위협해왔으며, 2004년엔 친하마스 단체를 설립한 전력도 있습니다. 혐오를 부추기는 이런 식의 선동과 주장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프랑스 법에 따르면, 시니나와 세프리우는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30년의 징역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습니다. 시니나는 현재 살인을 선동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혐오와 폭력을 조장할 의도 또한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세프리우의 변호인 또한 안조로프가 범행에 나서기 전 파티를 비난하는 세프리우의 동영상을 본 적이 없다며, 의뢰인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자신이 가르쳤던 학교 밖에서 참수당한 사무엘 파티 교사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이번 재판의 피고인 8명 가운데는 안조로프의 친구 2명도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안조로프가 칼과 총 등 범행 도구를 사는 걸 도와준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살인 공모 혐의로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는 범죄인데, 현재 경찰에 자수한 데다 안조로프의 살해 의도도 알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법정에서 자신들을 방어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4명의 피고인은 지하드를 지지하는 스냅챗 그룹에서 안조로프와 대화를 나눈 이들인데, 역시 모두 안조로프가 살해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니나와 세프리우는 자신들의 언행이 살인이나 테러 같은 범죄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법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단지 교사가 징계를 받도록 할 의도였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의도한 결과가 무엇이었건, 이들이 불러일으킨 혐오와 폭력은 온라인을 타고 극단주의 성향의 10대에게 가 닿았고, 결국 오프라인에서 끔찍한 범죄를 낳았습니다. 편견과 분노에 사로잡혀 사실을 왜곡하고 폭력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 법이 어떤 책임을 물을지, 많은 이들이 이 재판의 결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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