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가계부채를 줄이고 주거 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오늘(5일) 제시됐습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나현주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은 오늘 오후 열린 한은과 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형 뉴(new) 리츠'를 제안했습니다.
주택 수요자가 자기 자본을 투자해 리츠 주주가 되는 동시에 임차인으로서 리츠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도록 하자는 내용입니다.
임차인이 리츠 지분을 보유하는 동안 배당을 받고 지분 매도 때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형 뉴 리츠는 빚을 내 집을 사는 대신 매매 가격보다 적은 돈으로 리츠 지분을 사들이고, 매달 일정 금액을 월세처럼 지급하면서 리츠 소유 주택에 장기 거주하는 방식입니다.
서울 기준 1억 원을 출자하고 월 250만 원씩 내면 33평 주택에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이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택지 중 사업성, 주택수요 등을 고려해 적합한 후보지와 사업지를 선정해야 합니다.
이어 민간 사업자가 설립한 리츠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사업 계획을 협의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리츠 투자자가 출자한 자기자본과 주택도시기금, 민간 사업자로부터의 차입 등을 통해 조달할 수 있습니다.
이 재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보유한 토지를 매입 또는 임차하거나 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후 리츠는 주택을 건설한 뒤 지분 공모나 사모를 진행하고, 일정 지분 이상을 투자한 가계가 임차인 자격으로 이 주택에 입주합니다.
여기에는 정부 지원이 필요합니다.
연구팀은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리츠 투자자가 선호하는 양호한 입지에 토지와 주택을 조성하는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리츠를 활용하면 주택 구입이나 임차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부채에서 민간 자본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가계가 주택담보대출 채무자에서 리츠 투자자로 전환되고, 자연스럽게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투자자는 리츠 지분에 따라 투자 기간 중 배당 수익을 받고, 지분을 매각할 때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출자금도 주식 매매로 비교적 쉽게 회수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또 리츠를 통해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낮아지고 자산 형성의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양호한 입지와 거주 여건을 가진 지역에 시세보다 3~5%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주거 확보가 가능해지고, 건전한 부동산 간접 투자로 재분배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밖에 가계와 금융기관에 집중됐던 주택 가격 변동 리스크를 다수의 민간 투자자에게 분산할 수 있어 거시건전성 관리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교수는 "기존 전월세로는 자산 축적이 불가능하다"며 "보증금을 활용해 리츠 주식에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사다리 모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