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이 없는 전세 사기 피해자를 두 번 울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약관 조항을 시정하라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권고했습니다.
공정위는 HUG의 '개인임대사업자 임대보증금 보증 약관'을 심사한 결과 이 같은 보증 취소 관련 조항을 수정·삭제하도록 권고했다고 오늘(5일) 밝혔습니다.
시정권고 기한은 60일입니다.
이 안에 권고를 따르지 않으면 시정명령에 고발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시정권고 대상 조항은 민간임대주택 임대인이 사기·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거나 이를 근거로 보증을 신청한 경우, 집을 빌린 사람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HUG가 일방적으로 보증을 취소할 수 있는 조항입니다.
민간임대주택 임대인은 이 보증에 의무 가입해야 합니다.
계약 종료 후 임대인이 임대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HUG가 임차인에게 대신 돌려주는 구조입니다.
전세 사기에 대비한 보증으로 여겨지기도 하는데, 실제 사기를 당했음에도 보증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부산에서 150여 명이 무자본 갭투자를 한 1명에게 전세보증금 190억 원을 떼였는데, HUG는 해당 약관 조항을 근거로 보증을 취소했습니다.
일부 피해자는 보증금을 받기 위해 HUG와 민사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피해자들 신고로 조사에 나선 공정위는 임대인의 잘못으로 보증이 취소되는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 약관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보험계약자의 사기 등 중대한 과실이 있더라도 피보험자에게 책임 사유가 없다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한 상법 규정 취지에도 반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습니다.
위험만 고객에게 떠넘기고 사업자에게 법률상 부여되지 않는 해지권을 부여하는 부당한 조항이라는 것입니다.
또, 이 조항은 국민 주거 안정이라는 민간임대주택 제도의 목적에도 맞지 않고,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을 반환받을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권리도 제한한다고 공정위는 덧붙였습니다.
공정위는 개인임대사업자의 보증뿐만 아니라 HUG의 법인임대사업자, 개인 간 임대를 대상으로 한 보증 상품 약관에도 유사한 조항이 있음을 확인하고 역시 수정하도록 협의할 방침입니다.
향후 HUG가 권고에 따라 이 조항을 시정하면, 상품 가입 전세사기 피해자가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했습니다.
다만 이미 체결된 계약 관계를 되돌려 무효로 할 수는 없습니다.
공정위 신용호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시정권고 이후 HUG와 해당 약관조항에 대한 시정 협의를 진행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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