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 정상에 버려진 쓰레기들
한라산 정상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쓰레기를 더는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달 30일 해발 1950m 한라산 동릉 정상을 찾은 사진작가 강영근 씨는 "과자 봉지, 페트병, 맥주캔, 컵라면 용기, 옷가지 등 온갖 쓰레기들이 쌓여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오늘(4일) 전했습니다.
한라산 정상 백록담의 동쪽 능선인 동릉은 성판악과 관음사 코스로 오를 수 있는 한라산 정상부입니다.
백록담 안쪽 화구호를 지척에서 내려다볼 수 있어 많은 탐방객이 찾는 명소입니다.
강 씨는 "동릉에 설치된 나무 데크 아래 컵라면 국물을 버린 흔적도 있다"며 "데크도 일부 구간이 노후화해 보수가 시급해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강 씨는 매달 두세 번씩 한라산 정상을 오르면서 쓰레기 투기 현장을 목격하고 사진으로 담아 왔습니다.
그는 "과거부터 등산객의 쓰레기 투기는 있었지만, 최근 4∼5년 전부터는 동릉 정상의 표지석을 배경으로 한 기념 촬영이 인기를 끌면서 긴 대기 줄까지 이어지는 등 정상에서 등산객이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쓰레기 투기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에 쓰레기 정리에 대한 민원을 계속 제기했고 언론 보도도 많았지만, 현재까지 정비가 진행되지 못한 채 쓰레기들이 계속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라산 정상(동릉) 탐방로(성판악·관음사)는 2021년부터 탐방객 수 제한을 위해 예약 인원만 등산할 수 있는 '탐방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루 탐방 가능 인원은 성판악 1천 명, 관음사 500명입니다.
연간 탐방 인원은 2022년 성판악 26만5천862명·관음사 11만9천621명, 2023년 성판악 23만5천430명·관음사 10만7천69명이었습니다.
올해도 9월 말까지 성판악 15만9천248명, 관음사 6만9천536명의 탐방객을 기록중입니다.
한라산 정상 탐방객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쓰레기 투기 문제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가 관리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라산에서 쓰레기 및 라면 국물 등 오물을 투기하면 자연공원법상 2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지만, 실제로 투기 대비 단속 건수는 미미한 실정입니다.
관리소 직원이나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정상에서 쓰레기를 줍는 등 정비 활동을 간간이 했지만, 계속 발생하는 쓰레기를 치우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관리소 관계자는 "한라산 정상에 쓰레기 투기가 많다는 민원에 따라 내년 상반기 이뤄지는 한라산 정상 나무 데크 정비 공사에서 쓰레기들을 모두 치울 수 있도록 현재 예산을 반영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본격적인 가을철 탐방 시기에도 쓰레기 투기 행위가 우려된다"며 "한라산에서 오물 투기 행위는 과태료 대상이다. 등산객들은 한라산 보호를 위해 반드시 자기 쓰레기는 챙겨 내려가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강영근 사진작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