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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은 헬…민주당이 그렇게 만들었다" 트럼프의 '헬미국'론, 대선 승리 굳히나 [스프]

[뉴스쉽]

이현식 뉴스쉽 썸네일
 

파편화된 뉴스는 이제 그만, 이슈의 맥락을 읽는 재미를 담았습니다.
 

이 기사의 출고일 기준으로 4일 남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트럼프의 승리 쪽으로 기우는 듯하더니, 다시 해리스가 상승세라는 경합주 여론조사가 나온다.

사전투표를 한 사람 가운데 여성이 더 많다는 통계도 있다. 임신중지권 문제와 트럼프의 거듭된 여성 비하적 발언 때문에 여성들이 조용히 투표장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억만장자 투자가이자 NBA 구단주인 마크 큐반은 트럼프 지지자들은 더 이상 '샤이(shy)'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번엔 '샤이 해리스'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라는 게 투표함 열어보기 전에는 결과를 모르는 거고, 최종 결과는 투표일 날(미국 5일, 한국 6일)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꽤 있지만, 여론조사들의 경향, 현장 분위기,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 등 많은 요소들은 해리스가 지난달의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치열한 접전 끝에 승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던 해리스는 10월 들어 지지세가 꺾이면서 다급한 모습을 보였다. 여름에만 해도 '기쁨(Joy)'과 '희망(Hope)'을 키워드로 하는 선거운동을 한다더니, 10월 말에는 트럼프의 복귀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정말 모르겠냐며 유권자들을 다그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그거, 해리스 이전에 바이든이 줄창 얘기했지만 잘 먹히지 않았던 메시지다. 민주당 선대본부의 전략가들도 그걸 아니까 '기쁨과 희망의 선거'로 방향을 틀었던 거다. 이제 와서 다시 '트럼프는 히틀러나 마찬가지'라는 메시지를 꺼낸 것이 얼마나 효과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금의 선거 판세를 보면,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결국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냐고? 당신들(민주당)이 얘기 안 해줘도 알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들에게 4년 더 나라를 맡길 수는 없겠어."

10월 말 막판 대규모 유세에 나선 트럼프와 해리스. 사진 : AP, 연합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처럼 큰 선거는 결국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제시하느냐의 싸움이다. 나라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당신의 삶에 대해 보다 명쾌한 진단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쪽이 이긴다.

트럼프의 선거 메시지는 일관돼 있고, 간결하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던 '헬조선론'을 떠올리면 된다. 미국은 지금 헬(Hell)이며, 미국을 그렇게 만든 건 민주당과 좌파/진보주의자들이라는 거다.

반면 해리스는 자꾸 말이 꼬인다. 자기가 몸담은 정권의 오류와 책임을 직시하지 않으면서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하려니 유권자들 가려운 곳을 속 시원히 긁어주지 못한다.

뉴욕타임스의 정치 팟캐스트 '런업(Run-Up)'은 경합주 민심의 현장을 다니며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데, 그중 트럼프를 찍겠다는 어느 중년 여성 유권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내가 병을 앓고 있어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치자. 착하고 친절한데 도무지 치료를 못하는 의사한테 가야 할까, 아니면 성격은 몹시 나빠도 한 번에 깔끔하게 수술을 끝내줄 의사한테 가야 할까? 나는 후자를 선택하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유권자가 민주당의 당초 예상보다 많다는 게 해리스가 고전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헬미국론'은 어떤 점에서 유권자들에게 먹히고 있는 것일까? 분야별로 살펴볼 텐데, 예시의 다수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벌어진 일이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진보좌파의 성지다. 해리스는 거기서 나온 정치인이다. 트럼프는 해리스를 캘리포니아 좌파라고 딱지를 붙여놓고 맹공을 가해왔다.

해리스는 중도층을 잡기 위해 이른바 '우클릭'을 하면서도 '나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자기모순을 드러냈다. '해리스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유권자들이 사라지지 않는 건 이 때문이다.
 

왜 헬(Hell)이라는 건가... (1) 경제

트럼프는 지난 10월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유세에서, 이런 질문으로 현 정부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아주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해 보죠. 여러분 살림살이, 4년 전보다 나아졌습니까?"

선거에서 이보다 강력한 질문이 있을까. 미국의 서민층은 이 질문에 "Hell, No!(절대 아니지!)"라고 답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선벨트(Sun belt) 경합주 가운데 하나인 네바다의 라스베이거스 등 주요 도시 월세는 코로나 이전 대비 3배 가까이 올랐으며,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이 표를 달라고 호소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한다.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해 인플레이션은 2%대로 낮아졌지만, 이건 물가의 '상승률'이 잡혔다는 것이지, 이미 오른 물가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는 아니다. 서민들은 여전히 적자 가계를 면하기 힘들다. 교육 수준이 높은 계층은 그래도 소득 또한 많이 올라 물가 상승을 견딜 만했다. 직격탄을 맞은 건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서민층이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던 시절에는 적어도 이렇게 생계가 힘들진 않았는데...'라는 정서는 이번 선거에서 서민층 유권자들을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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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캠프는 이 난제를 어떻게 풀려고 했을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는 건 피한다'는 전략이었다고 한다. 캠프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취재하는 다수 유력 매체들에 따르면, '이번 정권 하에서 물가가 너무 올라 살기 힘들었다'는 건 도저히 논쟁으로 어찌해 볼 수 없는 악재이고 얘기를 하면 할수록 불리한 이슈이기 때문에, 그냥 논점을 바꾸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 이슈를 떠난 선거운동이라는 건 불가능하니까, 해리스 캠프는 중산층과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내놨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몇백 불, 저런 사람들을 위해 몇천 불 효과가 나는 이런저런 공약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표심의 판세를 끌어오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런 프로그램을 일일이 따져보는 유권자가 그리 많은 것 같지도 않다.
 

(2) "약물 중독자와 절도범이 동네의 안전을 위협한다"

적지 않은 미국인들은 지난 수년간 치안이 크게 악화되었다고 느낀다. 도둑질이 늘어 동네의 상점이 문을 닫거나 약물 중독자들이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 자꾸 눈에 띈다는 것이다. 직접 자기 동네에서 이런 꼴을 본 건 아니라도, 소셜미디어에 관련 영상이 넘쳐나니 '치안이 나빠졌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강화된다.

적지 않은 유권자들은 민주당의 진보주의자들이 범죄에 너무 무른 입장을 취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950달러 이하의 절도는 중범죄로 기소하지 않고 경범죄로 처리하는 캘리포니아주의 법이다. 감옥 과밀화, 교정당국 예산 부족, 범죄자 교화 효과와 인권 문제 등이 이 법안 통과(2014)의 명분이었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LA를 통과하는 기찻길가에 버려진 상품 박스들. 절도범들이 화물열차를 털어 물건만 꺼내고 빈 박스는 버린 것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 2022
웬만해선 감옥을 가지 않으니 잠재적 범죄자들이 대담해졌다. 도둑들이 벌건 대낮에 상점에 들어가 제멋대로 물건을 싹쓸이해 나가는 일이 크게 늘었다. 950달러면 현재 환율로 한화 133만 원이고, 미국 기준으로도 큰돈이다. 소셜미디어에 관련 영상도 많은데, 영상 속 절도범은 흑인인 경우가 많다.

신고해도 경찰은 잘 오지 않는다. 잡는 과정에 물리적 충돌이라도 빚어지면 인권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경찰관들이 흑인 피의자를 제압하는 과정에 지나친 폭력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진보주의 단체들은 경찰 예산 삭감(Defund the police) 운동을 벌였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힘들여 잡아봐야 결국 경범죄로 풀어줘야 하니 경찰은 절도범을 수수방관한다.

경찰이 움직이지 않는 걸 아니까 상점들도 신고를 안 한다. 경찰에 사건 접수가 안 돼 있으니 보험을 청구할 수도 없고, 어쩌다 보험을 청구해 봤자 결국 나중에 내야 하는 보험료만 더 많이 올라 오히려 손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견디지 못한 상점들이 문을 닫는다. 주민들은 물건 살 곳이 없어져서 피해를 본다.

올해 6월 뉴욕 맨해튼 포트어소리티 버스터미널 앞 길가에 드러누운 약물 중독자. 어린이가 고개를 돌려 쳐다보고 있다. 서울로 치면 강남고속터미널 앞길 같은 곳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
약물 문제도 구도가 비슷하다. 약물에 중독된 사람을 사회 구조의 피해자로 보는 진보좌파는 경찰이나 시 당국이 이들을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막는다. 약물 중독자들은 점점 활동 범위가 커지고 행동도 대담해진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용하던 상점가에 이들이 나타나 식당이나 카페의 자리를 차지하고, 함부로 용변을 보고, 약물을 투약하고, 자기들끼리 싸우고, 심지어는 밤사이 시체로 발견되기도 한다. 장사를 계속할 수가 없으니 상인들은 폐업하고, 주민들은 갈 곳이 없어지고, 건물주도 손해를 보고, 지자체는 세수가 줄어들어 예산 부족에 빠진다.

처음에는 약물 중독자들에게 온정적이던 주민들도, 결국 트럼프든 누구든 강단 있는 리더십이 들어서서 동네를 싹 청소해 주기를 바라게 된다. 홈리스(무주택자) 문제도 약물 중독자 문제와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점점 늘어나는 약물 중독자 때문에 40년간 운영해 온 샌드위치 가게를 폐업할 상황에 몰린 피닉스 시민 이야기. 뉴욕타임스가 2023년 3월에 실은 기사 원문에는 2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이래서 진보좌파한테 표를 못 주겠다'는 내용이 상당수였다. 

(3) 홈리스용 아파트 1채에 100만 달러?... 뿔난 납세자들

많은 경우 약물 중독자들은 월세를 내지 못해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며, 거리의 삶을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들어 약물 중독이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코로나 이후 월세가 크게 오르면서 주요 도시마다 무주택자들이 모인 텐트촌이 형성됐다. 이런 텐트촌들은 약물이나 범죄, 위생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이런 텐트촌을 해체하고 노숙자들은 별도 시설에 수용하든지 무슨 수를 낼 것을 당국에 요구했지만, 이들을 사회 구조의 피해자로 보는 진보좌파는 거리에서 이들을 몰아내는 데에 반대했다. 지자체에 재정 여력이 있는 경우 홈리스들을 위한 보호시설이나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계획을 세웠는데, 진보좌파는 여기에도 '인간적인 주거 환경'을 요구했다.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산타모니카시의 무주택자용 아파트 계획안에서 직접 갖고 온 상상도라며 폭스뉴스LA의 기자가 X에 업로드한 사진. X 캡처
캘리포니아의 해변 타운인 산타모니카시는 올해 4월 홈리스들을 위한 임대주택 계획안을 만들었다. 인간적인 주거 환경과 이들이 편리하게 쇼핑할 상점가, 이들을 위한 주차장 등을 완비하려다 보니 1가구당 건축비가 100만 달러로 책정됐다. 전체 122가구를 짓는 프로젝트의 예산으로 1억 2천300만 달러를 책정한 것이다. 여론이 들끓었다. "나는 열심히 일해서 세금 내고도 10만 달러짜리 아파트도 못 사는데, 노숙자들은 뭘 했다고 100만 달러짜리 집을 준다는 거냐"는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보수 세력은 산타모니카의 사례를 '진보좌파들이 세금 올려 이렇게 쓴다'며 미국 전역에 퍼뜨렸다.
 

(4) "쏟아져 들어오는 불법 입국자들이 삶을 위협"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에서, 불법 입국자들은 이제까지 설명한 범죄와 약물, 주거 환경 등 다양한 문제를 악화시키는 기저의 원인으로 꼽힌다. 합법적으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이들은 저임금으로 노동력을 팔거나 손쉽게 범죄의 유혹에 빠지고, 값싼 월셋집의 수요를 늘려 원래 살고 있는 주민들의 집세가 오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주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불법 입국자들 가운데 애시당초 마약 조직원 등 범죄자나 정신병자 같은 위험한 사람들이 많다는 주장이다. 트럼프는 중남미 국가에서 한니발 렉터(영화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식인마) 같은 자들이 넘어와 당신을 저녁 식사로 삼을 거라고 유권자들을 겁준다. 불법 입국자들이 당신의 반려견이나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불법 입국한 남성이 미국 시민- 특히 나이 어린 백인 여성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들을 사례로 들어 이들에 대한 공포와 증오심을 끌어올리는 캠페인도 빠지지 않는다.

올해 6월 베네주엘라 출신의 불법 이민자 남성 2명이 12세 소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CNN 캡처
게다가 트럼프는, 민주당 정부가 고의적으로 불법 입국자 대량 유입의 길을 열어줬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불법 입국자 문제를 선거제도의 신뢰성과도 연결 짓는다. 민주당이 불법 입국자들을 대거 들여와서 그들에게 선거권을 줌으로써 좌파 정권을 무한 연장하려고 한다는 주장을 퍼뜨린다. 일론 머스크가 이 주장을 미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 논란은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등 14개 주에서는 사진이 든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고도 투표를 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는 산하 지자체가 '투표 시 신분증 요구'를 조례로 만들자 그런 조례를 만들지 못하도록 상위법(주 법)에 못 박기도 했다.

신분증이 만료됐거나 신분증을 분실한 유권자들(고령 또는 질병/저소득층/영어가 불편한 유색인종)의 투표권 행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게 명분인데, 트럼프 지지자들은 '불법 체류자가 민주당에 투표할 수 있는 구멍을 열어 두려는 것'이라고 공격한다.

텍사스-멕시코 국경의 철조망을 넘어 쏟아져 들어오는 불법 입국자들. 당시에는 일단 미국 땅에 발을 들여놓으면 난민 자격 신청을 할 수 있었다. 2023년 9월 30일. 사진 : 게티이미지, 연합
해리스는 '트럼프가 불법 입국자 단속 강화를 위한 법안 통과를 막았다'고 공격하지만, 다수 유권자들 머릿속에 이 문제는 민주당이 잘못해서 생긴 문제로 각인돼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 출마하기 전부터 불법 입국 원천봉쇄를 자기 정치의 표어로 삼았던 인물이다. 2016년 선거를 이길 때는 남쪽 국경 전체를 장벽으로 막겠다는 공약으로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이를 실천하려 했지만 민주당은 '실효성 없다', '비인간적이다' 등등 이유를 들어 장벽 건설을 중단시켰다.

짓다가 중단된 캘리포니아-멕시코 국경의 장벽. 게티이미지 항공촬영, 올해 9월
지금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이렇게 묻는다. 트럼프는 벽이라도 세워서 막으려고 했지, 당신들은 뭘 했었느냐고. 이민자들에 대한 인도주의 어쩌고 좋은 말은 자기들이 다 하더니, 텍사스 같은 접경지역에서 뉴욕(민주당 강세 지역)에 버스로 불법 입국자들 실어 보내니까 당신들도 견디지 못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책을 내놓으라'고 항의하지 않았었느냐고.
 

(5) "성전환까지 지원해야 하나"

성(性, 젠더) 문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낯설게 느낄 수 있는데, 미국의 보통 사람 가운데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성애까지는 또 모르겠지만, 성전환을 감싸거나 심지어 성전환을 위한 의료비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건 지나치지 않느냐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올해 파리 올림픽 복싱 등 일부 종목에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선수의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는데, 미국에선 훨씬 전부터 이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었다. 2023년 버드와이저가 버드라이트 맥주 판촉에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를 활용했던 일은 남성 맥주 소비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렀다. 당시 격분한 남성 소비자들은 버드라이트 맥주를 쌓아놓고 총으로 난사하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까지 하며 불매운동에 들어갔고, 버드라이트는 20년간 유지하던 미국 내 판매 1위 자리를 뺏겼다.

버드라이트 모델이 됐다가 논란에 휩싸인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Dylan Mulvaney). 버드와이저가 딜런의 얼굴을 새긴 맥주를 한정판으로 내놓고 성수자들 상대 마케팅을 벌였다가 역풍을 맞았다. SBS 아카이브
성중립 화장실 (gender-neutral restroom) 확산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계속돼 왔다. 캘리포니아는 미성년자가 성전환을 원하는 걸 교사가 인지했을 경우 부모에게 알리도록 하는 일부 지자체의 조례도 주(州)법으로 막았다. 일론 머스크는 2022년, 자신의 아들이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면서 가족관계를 끊는 일을 당했다. 아버지인 머스크가 '남자답게 굴어라'라며 어릴 때부터 자신을 강압적으로 대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이유였다.

트럼프의 선거광고 가운데는, 해리스가 재소자의 성전환 수술 비용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데 찬성한 첫 번째 정치인이라는 내용이 있다. 이는 1980년에 1급 납치강도살인을 저질러 장기 복역 중인 샤일로 헤븐리 콰인(Shiloh Heavenly Quine, 2017년 당시 57세)의 사례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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