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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가 곧 윤정년"…'정년이'의 소리, 모두 김태리가 했다고? [스프]

[주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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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볼까?' 주말을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스프가 알려드립니다.
 

(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tvN 주말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의 인기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2일 방송된 첫 화는 시청률 4.8%로 출발했으나, 두 번째 방송이 시청률 8.2%로 두 배가량 치솟았다. 이후 계속 시청률이 오르더니 최신 회차인 6화는 무려 13.4%를 기록하며 첫 화 대비 3배나 뛰었다.

화제성 지표 역시 최상위권이다. 지난 28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선호하는 프로그램' 드라마 부문 1위에 올랐고,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10월 4주 차 TV-OTT 화제성 조사에서도 '정년이'는 통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도 '정년이'에 출연하는 김태리가 3주 연속 1위를 수성했고, 2위 신예은, 4위 정은채 등 TOP 4에 세 명의 출연자가 이름을 올렸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소리 재능을 타고난 목포 소녀 윤정년 캐릭터로는 배우 김태리가 분한다.

'정년이'는 지난 2019년부터 4년간 네이버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정년이'는 창극으로 만들어져 국립극장 무대에도 올랐다. 웹툰에서 창극으로, 그리고 이번엔 드라마로 확장된 '정년이'가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강선애 주즐레 

TV 속에서 펼쳐지는 여성 국극의 매력

'정년이'의 중심 소재인 '여성 국극'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성 국극은 1950년대에 실제로 인기를 끌었던 종합공연예술이다. 현대의 뮤지컬처럼 노래, 춤, 연기를 모두 선보이는데, 남역이든 여역이든 모든 역할을 여성 국악인이 소화한다. 드라마 '정년이'는 이런 여성 국극의 매력을 TV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정년이'는 극중극(극 안에서 진행되는 극) 형태로 배우들의 국극 공연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지난 3화에 등장한 국극 '춘향전'은 무려 20분간이나 펼쳐졌다. 3화 분량이 총 70분인데 그중 1/3가량을 국극 공연을 보여주는 데 할애한 셈이다. 시청자가 국극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게 곧 '정년이'란 작품에 설득력을 불어넣고 완성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걸 아는 제작진의 과감한 선택이다. 또 완벽한 국극 재현에 대한 제작진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실제로 '정년이'에서 선보인 '춘향전', '자명고' 같은 국극 공연은 굉장히 사실적이다. 화려한 무대 연출과 미술, 소품, 분장, 의상 등이 완벽히 구비된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소리를 하고 안무를 소화한다. 국악방송에서나 볼 법한 잘 짜인 전통극이 압축적으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이에 '정년이' 시청자는 마치 공연장에서 국극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처럼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배우들의 군무에 빠지고 구성진 소리에 매료된다. 정년이가 국극을 처음 보고 "별천지 같다"고 한 것처럼 말이다.

'정년이'가 국극을 '진짜'처럼 구현할 수 있는 건, 배우들의 캐릭터 소화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이걸 진짜로 한다고?"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분명 '정년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인데, 이들이 '국극 배우'로서 선보이는 안무, 소리, 연기 등에는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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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 정년이의 시작과 완성

특히 주인공 윤정년으로 완벽하게 거듭난 김태리의 높은 싱크로율은 드라마 '정년이' 성공의 중심이다. 원작 웹툰의 작가들은 영화 '아가씨'에서 김태리가 연기한 숙희 캐릭터를 보고 정년이의 외형, 성격 등을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웹툰 '정년이'의 시작점에, 김태리가 모티브로 작용한 것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웹툰 원작을 봤다는 김태리는 "정년이에게서 내 얼굴과 말투가 읽혔다"며, 캐릭터와 동질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웹툰 '정년이'의 드라마화가 결정된 후, 윤정년 캐릭터를 김태리가 맡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김태리가 연기한 윤정년은 단순히 '싱크로율 몇 프로'로 표현할 차원을 넘어섰다. 김태리로 인해 윤정년은 현실 어딘가에 살아 숨 쉴 것 같은 입체적이고 생동감 가득한 인물로 태어났다. 김태리가 윤정년이고, 윤정년이 곧 김태리였다.

김태리는 목포에서 엄마를 도와 생선을 팔던 시골 소녀가 국극의 신세계에 눈을 뜨고, 꿈을 좇아 무작정 상경하는 윤정년의 서사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또 윤정년이 매란국극단에 연구생으로 들어가 우여곡절을 겪으며 국극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채롭고 섬세한 연기로 그려냈다.

특히 김태리의 연기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극에서 윤정년이 하는 '소리'를 모두 대역 없이 직접 소화했다는 점이다. 김태리는 지난 2021년 4월부터 판소리를 배워 3년여간 실력을 갈고닦았다. 비슷하게 흉내내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소리꾼이 되기 위해 노력을 퍼부었다. 그런 땀의 결실로 '타고난 소리 천재' 윤정년 캐릭터가 완성됐다.

김태리에게 소리를 지도한 권송희 소리꾼은 "김태리 배우의 소리는 굉장히 카랑카랑하지만 그 안에 파워가 있고 엄청난 가능성이 있었다"라며 "정년이로 변신하고 싶은 욕심, 열정이 너무 느껴졌다. 함께 정년이를 찾아가는 여정의 동반자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목포 출신 정년이의 구수한 사투리를 표현하기 위해, 김태리는 목포로 어학연수(김태리식 표현)를 다녀오기도 했다. '언어는 귀가 트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 2, 3회씩 목포에 내려갔고, 사투리 선생님에게 전담 코칭을 받으며 모든 대사를 녹음해 입에 붙을 때까지 반복 연습했다고 한다. 이런 각고의 노력으로 김태리는 사투리 억양이 센 윤정년의 말투를 어색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김태리는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좀 더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노력을 쏟는 배우로 유명하다. 앞서 김태리는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펜싱 선수 역할을 위해 6개월간 펜싱 훈련에 매진했고, 평소에도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영화 '외계+인'의 날렵한 액션신을 위해 따로 기계체조를 배우기도 했다. 이번 '정년이'를 위해서도 김태리는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생생한 윤정년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런 김태리를 보며 '정년이'의 정지인 감독은 이런 극찬의 말을 남겼다. "지평선 너머의 예술가를 만났다고 느낄 정도"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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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으로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배우들

비단 김태리뿐만 아니라, '정년이'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은 저마다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100%로 표현해 내기 위해 애썼다. 매란국극단 단장 김소복 역의 라미란은 촬영장에서 배우들이 틈틈이 소리와 춤을 연습하는 광경에 "마치 오디션장 대기실을 보는 것 같았다"고 촬영장 분위기를 귀띔했다.

시골에서 상경한 소리 천재 윤정년과 정반대로, 부잣집에서 태어나 엘리트 코스에 노력을 더해 소리 실력을 쌓은 허영서 캐릭터는 배우 신예은이 연기한다. 신예은도 1년여의 소리 트레이닝을 통해 수준급 실력을 갖췄고, 김태리와 신예은이 주가 되어 부른 '광한루 추천가, 방자부름', '아이고 춘향아, 아이고 서방님', '봄타령, 월매', '사랑가' 등은 드라마 공식 OST 음원으로도 발매됐다. 신예은은 허영서의 얼음장 같은 냉철한 모습부터 매란국극단의 모범 연구생답게 능수능란하게 국극을 소화하는 모습까지 선보이며, 윤정년의 라이벌 역할로 극에 긴장감을 더했다.

강선애 주즐레
매란국극단의 남자 주연을 도맡는 문옥경 역의 정은채는 촬영 전부터 소리, 무용 수업과 액션스쿨을 다니며 연습에 몰두했다. 또 최고의 '국극 왕자'로 불리는 캐릭터에 걸맞게 헤어스타일을 숏컷으로 바꿨고,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촬영장 밖에서도 남자 옷을 입으며 남성적인 움직임을 체득하려 노력했다. "스리피스 정장 같은 남성복을 근사하게 소화하고 싶어 어깨 운동도 했다"고 말하는 정은채다.

매란국극단의 여자 주연을 도맡고 춤에 있어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서혜랑 역의 김윤혜는 검무와 북춤에 능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무용 연습에 매진했다. 이밖에 홍주란 역 우다비, 백도앵 역 이세영, 서복실 역 정라엘, 진연홍 역 조아영 등 매란국극단 소속의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들은 연기 외에 노래와 춤까지 익혀야만 했다. 어릴 적 '민요 신동'으로 불렸던 그룹 오마이걸 멤버 승희는 '정년이'에서 박초록 역을 맡아 특기를 살린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야말로 맞춤 캐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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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성 잡음, 그리고 피해 갈 수 없는 원작 훼손 논란

지금은 잘 나가는 '정년이'지만,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는 정상 방송이 가능할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정년이'는 당초 MBC에서 편성을 받고 제작에 돌입했지만, 도중에 tvN으로 채널이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MBC는 '정년이' 제작사들을 상대로 이의를 제기하고 재산 가압류를 신청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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