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년 전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 거리는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문제가 됐던 불법 건축물은 철거됐고 울타리도 생겨서 전보다 안전해졌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거리와 달리 이태원의 여러 실내 장소에서는 여전히 위험한 모습들이 포착됐습니다.
김태원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주 금요일 밤, 이태원의 한 지하 클럽.
테니스장 크기, 250㎡ 정도의 공간이 손님으로 꽉 차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세어보니 300명이 넘습니다.
입구를 제외하고 비상구는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비상구 표시등은 검은 테이프로 가려져 있고, 비상구는 소파로 막혀 있습니다.
[클럽 이용객 : (비상구 잘 보였어요?) 아니요, 전혀 안 보여요. 안쪽까지 들어가지도 못했고, 진짜 발 디딜 틈도 없는….]
가게 입구에 붙어 있는 피난 대피도에 표시된 소화기도 제 위치에 보이지 않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해 이 클럽 한가운데서 화재가 났을 경우 얼마나 대피가 가능한지 분석했습니다.
250㎡ 면적일 경우 소화기로는 더 이상 불을 끌 수 없는 수준인 '화재 최성기'까지 7분 30초가 걸리는데, 이때까지 손님 350명 가운데 10% 정도는 대피하지 못하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이준/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 : 출구도 여러 개를 갖고 있었고 폭이 모자랐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렇게 밀집돼 있는 클럽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출구에 모이면서 정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 클럽은 춤추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 '단란주점'으로 영업 허가를 받았습니다.
통상 클럽은 조례에 따라 '춤 허용 업소'로 지정돼 면적당 인원수가 규제되는데, '단란주점'은 인원수 규제가 없다 보니 불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춤 허용 업소'로 지정되면 벽면 5m 당 한 개씩 소화기를 설치해야 하는 등 소방 기준도 까다롭습니다.
'춤 허용 업소'로 지정된 인근의 다른 클럽에서는 휴대용 조명등과 소화기가 규정보다 부족하게 배치된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허술한 단속과 처벌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백승주/한국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 : 현재 조례 수준의 규정은 제도적 마련은 돼 있지만 이 자체가 정기적이고 강제적이지 않은 위험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현실이거든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자체는 '춤 허용 업소' 조례가 있는 8개 지자체 소재 클럽 등에 대해 특별 점검을 벌일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김준희, VJ : 노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