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버 로스 전 미국 상무장관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상무장관을 지냈던 윌버 로스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 공약이 현실화하면 세계 무역에 1조 달러(약 1천359조 원)의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로스 전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실은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로 연결될 공산이 큰 보편적 관세 구상을 띄웠는데, 이는 대다수 WTO 회원국들에게 재앙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스는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편 관세 공약이 실행되면 "세계 최대의 수입국인 미국은 글로벌 무역에 거의 1조 달러에 달하는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는 우리(미국) 쪽의 피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는 "그런 극적인 조처는 위험하겠지만 다른 나라들보다는 우리에게 덜 위험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나라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할 것임을 누차 밝혀왔습니다.
기고문에서 로스는 WTO를 미국 무역적자의 '원흉'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대선 시즌이 가열되면서 미국의 7천850억 달러 규모 무역 적자가 뜨거운 주제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또는 바이든 행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진짜 범인은 WTO"라고 주장했습니다.
로스는 WTO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각국이 무역 관련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개발도상국 지위'를 스스로 선언할 수 있게 돼 있는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개발도상국 지위에 대한 엄격한 자격 요건이 없기 때문에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을 포함해 WTO 회원국 80%가 '개도국'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로스는 부연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거액의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 '개도국'으로 규정된 중국에 무역과 관련한 양보를 해야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로스는 "우리 협상가들이 수십 년 전 이 같은 WTO 규정에 동의했지만 그 당시에 납득 가능했던 일들이 지금은 매우 문제가 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은 대부분의 다른 WTO 회원국들(개도국 지위에 있는 국가)에 영구적으로 양보를 해야 하는데, 이것은 양자 무역 협정을 협상하는 미국의 능력을 해친다"고 덧붙였습니다.
로스는 이와 함께 WTO의 분쟁 해결 절차에서 패널들에게 편향성 문제가 있다면서 미국은 WTO 분쟁 사례의 약 25%에서 피고의 입장이었으며 90%의 패소율을 기록했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역 적자가 가장 큰 미국이 국제 무역 법규의 최대 위반자가 된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로스는 또 WTO가 환율 조작, 지식재산권, 서비스 산업 장벽 등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시비가 명확한 사안에서도 분쟁 해결 절차가 지나치게 지연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트럼프는 WTO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는데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부통령)는 아직 무역 정책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WTO 개혁을 옹호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며 "무역 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당파적인 문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가적 의무"라고 썼습니다.
(사진=EPA,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