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 경제학상 '국가 간 번영의 차이' 연구 아제모을루 등 3인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 등 3명은 사회적 제도가 국가 번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았습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번영과 빈곤의 역사적 기원, 새로운 기술이 경제 성장과 사회 양상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해 온 경제학자로, '예비 노벨상'으로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한 적이 있습니다.
존슨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이며, 로빈슨 교수는 정치학자입니다.
이들은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지에 대한 연구에 천착해,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제도'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나라에서 경제 성장과 국가 번영이 이뤄진다고 봤습니다.
포용적 제도란 일반 대중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반대로 소수의 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된 '착취적 제도'라는 개념도 제시했습니다.
영국의 고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자유무역을 국가 번영의 핵심으로 설명했다면 이들은 현대 사회에서는 정치적인 제도가 나라의 부를 창출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들은 포용적 제도를 도입하면 모든 사람에게 장기적 혜택이 돌아가지만, 착취적 제도에서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단기적 이익만 발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정치 시스템이 통제권을 지니면 미래 경제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아제모을루 교수와 로빈슨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집필해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또 존슨 교수와 기술이 경제성장과 사회 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권력과 진보'를 펴냈습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남한과 북한에도 관심이 깊습니다.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배경이 같은 남한과 북한의 경제발전 차이 역시 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아제모을루 교수가 MIT 부임 당시 박사과정을 밟았던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는 남북한의 위성사진이 등장한다"며 "지리, 문화 조건이 유사한 남북한이 왜 경제 발전이 다른지는 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2022년 9월 한국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평화와 경제적 번영의 근간으로서 포용적 제도와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이를 성취한 국가로 한국을 꼽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는 "민주주의야말로 포용적 제도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라며 "권위주의 시절에 경제가 급성장했다는 담론이 많은데 오히려 민주화 이후 한국경제는 빠르게 성장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제모을루 교수는 분석적 모형이나 수량 등을 바탕으로 한 계량 분석학자인데도 불구하고 주류 경제학에만 머물지 않고 정치학자 등과도 어울려 사회의 내생적 제도 형성이나 이 제도의 경제적 영향 등을 함께 연구해 왔다"며 "그래서 공동 수상한 것이라고 짐작된다"고 말했습니다.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적 불평등, 특히 소득과 자산 불평등 기제 중 하나가 금융산업의 독과점인데, 사이먼 존슨은 그 독과점 문제를 많이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했던 대표적 학자 중 한명"이라고 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