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이 덩어리째 주저앉을 수 있는 땅밀림 현상이 지난 여름 경주 토함산 국립공원 일대에서 관측됐다고 전해드렸는데요. 전국 200개 넘는 곳에서 이런 현상이 진행 중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홍승연 기자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산 군데군데 지표면이 무너져 내렸고, 무너진 땅을 따라 사람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골짜기가 생겼습니다.
주변 나무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습니다.
전형적인 땅밀림 현상입니다.
[박재현/경상대 환경산림과학부 교수 : (땅이) 가라앉아 있는 것은 다시 말하면 밀리고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능선이 하나가 쪼개져서 한쪽 면이 쭉 밀고 내려가고 있다는….]
지하수 수위가 차오르면서 물러진 땅이 비탈면을 따라 무너지는 이른바 땅밀림 현상은 산사태와 달리 재발성이 크다는 게 특징입니다.
5년 전 땅밀림이 발생했던 현장입니다.
방수포는 덮어뒀지만, 여전히 가파른 경사를 따라 흙과 돌이 쏟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경남 산청 오부면 한 야산에도 능선을 따라 토사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커다란 균열이 발견됐습니다.
균열 길이는 150m, 깊이는 1m에 달합니다.
[박재현/경상대 환경산림과학부 교수 : 전에는 1cm였어요. 그것이 2년 동안 70cm에서 1m까지 벌어진 상태예요. 이 토량이 무너져서 저수지를 채우면 저 밑에 거주하는 마을은 삽시간에 홍수가 날 수 있는….]
지난 2018년 경주 문무대왕면에서 야산 일부가 땅밀림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인근 도로가 들뜨고 깨지기도 했습니다.
최근 한 대학 연구팀이 전국에서 땅밀림 현상을 확인한 곳은 260곳에 달합니다.
산림청에서 피해 우려 지역으로 분석한 184곳보다 70곳 이상 많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라 폭우가 잦아지고 피해도 커지는 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땅밀림 위험지역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가 시급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