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 국경 부근 포병부대들에 완전사격준비태세를 갖추도록 하고 평양 방공망 감시초소를 증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13일) 보도했습니다. 남한 무인기의 평양 추가 침투 가능성에 대응한다는 겁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인민군 총참모부가 지난 토요일(12일) 국경선 부근 포병연합부대와 중요 화력 임무가 부과된 부대들에 완전사격준비태세를 갖추라고, 작전 예비 지시를 하달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한국 무인기가 또다시 국경을 넘었을 때 대상물을 타격하는 상황, 타격으로 인해 무력 충돌로 확대되는 상황까지 가정해 철저한 대처 방안을 마련하도록 각급 부대에 주문했습니다. 이와 함께 각급 부대, 구분대들에 감시경계 근무 강화를 지시했으며, 한국 무인기가 침범했다는 평양에는 반항공(방공) 감시초소를 증강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도 평양에 대한 대한민국의 중대 주권 침해 도발행위로 일촉즉발의 엄중한 군사적 긴장 사태가 조성되고 있다"고 포병부대 사격 준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인민군 총참모부의 발표 1시간 뒤 별도 담화를 내서, 한국에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서울의 깡패들은 아직도 상황 판단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각종 막말을 동원해 불쾌감을 드러낸 뒤, "속히 타국의 영공을 침범하는 도발 행위의 재발 방지를 담보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도 담화를 통해 "무인기 도발에 한국 군부세력이 가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무인기가 다시 한 번 출현하면 선전포고로 여기고 "우리의 판단대로 행동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북한은 해당 내용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대내 매체를 통해서도 이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평양에 침투한 남한 무인기 모습과 공중에서 대북전단이 살포되는 모습이라며 사진도 공개했는데, 수거된 전단지에는 김정은을 직접 거론하며 남북의 경제력을 비교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대공 방어에 문제가 있음을 자인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주민들에게 공개한 것은 김정은이 밝힌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남한이 보낸 무인기라는 북한 주장에 우리 정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군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어떤 문제를 제기했다고 해서 우리가 확인해 주느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데 말려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정식 SBS 북한전문기자에 따르면, 만일 우리 군이 '평양에 무인기 보낸 것 맞다'고 시인할 경우 북한에 보복 빌미를 줄 가능성이 있고, 적절한 대응이었느냐 이걸 놓고 또 국내에서 논란이 커질 가능성 당연히 큽니다. 애초에 이런 공방의 출발점이 된 북한의 무인기와 오물풍선 도발이 논점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호하게 가자는 게 정부 시각인 것 같고,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전단이 기존 우리 민간단체가 보내오던 전단과 다르다는 있어서, '다른 민간단체가 보낸 거냐, 아니면 북한의 자작극이냐' 하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