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계속된 SOS, 왜 응답받지 못했나…'궁금한 이야기Y' 오피스텔 살인사건

궁금한이야기Y

반복되는 교제 살인, 막을 방법은 없을까.

11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부산 오피스텔 살인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9월 부산의 한 오피스텔 옥상에서 한 남성이 투신 소동을 벌였다. 31살의 김 씨는 격양된 상태로 지인에게 투신을 예고했다.

옥상에서 발견된 남성은 손에 칼을 쥔 상태에 옷과 운동화에는 모두 피가 묻어있었다. 그리고 그는 해당 건물에서 여성을 살해했다고 밝혀 현장에서 체포되었다.

집 현관에서 다발성 자창으로 숨진 피해자는 김 씨의 전 여친인 25살 수정 씨. 수정 씨의 가족들은 수정 씨의 소식을 듣고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수정 씨를 살해한 범인은 그의 남친이었던 김 씨라고 확신했다.

평범한 연인 관계로 보였던 두 사람. 하지만 수정 씨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주 다퉜다는 이야기를 딸에게 들었던 것. 특히 지난 3월에는 김 씨가 세 시간째 문을 두드리고 발로 차고 벨을 눌러 수정 씨가 공포에 떨었다는 것.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김 씨에게 이별을 통보한 수정 씨. 하지만 김 씨는 그의 이별 통보에도 다시 만나자고 매달렸고 알려주지도 않은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현관 비밀번호를 이것저것 눌러보고 밤새 집요하게 문을 두드렸다. 이에 수정 씨는 집 안에 있는 것이 들킬까 봐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도 내지 않으려 화장실에도 못 갔다고.

유족들은 김 씨가 어떻게 수정 씨의 집에 들어갔는지 의아해했다. 수정 씨는 김 씨를 피해 사건 한 달 전 이사를 했던 것.

그리고 유족들은 수정 시의 휴대전화에서 의아한 흔적을 찾아냈다. 음식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한 수정 씨. 그런데 누군가가 사건 직전 결제 방식을 카드에서 현금 결제로 바꾸었던 것이다.

이에 제작진은 배달 업체를 수소문했다. 배달 업체는 사건 당시 김 씨가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여친을 위해 서프라이즈를 해주려고 한다며 현금 결제를 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배달 기사가 수정 씨의 집 앞에 음식을 놔두고 나왔는데 갑자기 남자가 계단을 뛰어 올라갔고 이를 배달 기사가 의아하게 보았던 것. 이어 다음날 뉴스를 본 배달 기사는 전날 수정 씨의 주문 결제 건을 바꾼 것이 김 씨였다는 것을 알아챘다.

김 씨는 사건 전 수정 씨의 새 남자친구를 만나 그와의 이별을 종용하며 한 번만 만나게 해달라고 무릎을 꿇고 눈물로 사정했다. 그런 다음 그런 범행을 저지른 것.

9개월간의 만남을 이어가는 동안 수정 씨는 늘 불안에 떨었다. 김 씨는 수정 씨에게 유독 집착하며 그의 주변 지인들에게까지 질투를 했던 것. 한 번은 칼을 들고 수정 씨의 남사친을 찾아가기도 했다. 결국 수정 씨는 지인들에게 루머를 퍼뜨리고 위협하는 김 씨에게 이별을 선언했다.

이후 김 씨는 구구절절 반성문을 쓰고 지인들까지 동원하며 만나달라 애원했다. 이에 다시 만남을 이어갔던 수정 씨.

수정 씨의 지인은 여름에 만난 그의 몸무게가 39kg까지 빠졌었다며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을지 안전이별할 수 있을지 계속 그 고민만 했던 것 같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수정 씨와 단 둘이 있을 때는 폭언과 폭행을 서슴지 않았던 김 씨. 그 폭력의 수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지난 6월이었다. 얼굴과 갈비뼈에 상해를 입은 수정 씨. 이에 수정 씨는 김 씨를 경찰에 고소하고 긴급 주거지로 피신했다.

마침내 김 씨에게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새로운 삶을 꿈꾼 수정 씨. 하지만 김 씨는 다시 집요하게 수정 씨에게 연락을 했다. 휴대전화를 차단시키면 SNS로 연락을 하고 이도 차단시키면 다른 이의 휴대전화로 연락을 했던 것. 이마저도 안 되면 중고거래앱으로 연락을 하며 수정 씨를 압박했다.

긴 시간 김 씨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으나 숨진 뒤에야 이별할 수 있었던 수정 씨.

수정 씨의 휴대전화에 남은 의아한 흔적은 또 있었다. 김 씨는 수정 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행사한 후 우울증으로 먹는 약 때문에 그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 그리고 그는 이번에도 같은 진술을 했다.

수정 씨의 현재 남친에게 눈물로 이별을 호소한 뒤 흉기를 준비하고 수정 씨의 집 현관문이 열리기만 기다렸던 것이다. 그 뒤 수정 씨를 살해하고 지인들에게 전화까지 했지만 약 때문에 기억이 흐릿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

이에 정신과 전문의는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많은 양 한꺼번에 먹게 되고 잠을 자지 않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된다면 전향적 기억상실이라고 해서 약을 먹고 난 이후의 기억을 잃게 된다. 하지만 판단력이 와해된다거나 현실 검증력이 떨어진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김 씨가 약물 투약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와 신체 상태가 아니라 정상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그런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다, 자기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감면하려는 그런 시도에서 나온 이야기로 봐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수정 씨가 세상을 떠난 지 두 달. 그의 지인들은 김 씨가 수정 씨에게 했던 말들을 언급했다. 김 씨는 수정 씨에게 "어떻게 하면 법에 안 걸리는지 잘 안다. 어떻게 하면 벌을 약하게 받을 수 있는지도 아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는 것. 또한 지인들은 그가 주장하는 심신 미약은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사건 당일에도 경찰에 신고를 하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던 수정 씨의 사연을 안타까워했다. 김 씨의 폭행 문제로 여러 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살해당하던 그날에도 그의 SOS는 응답받지 못했던 것.

오랜 시간 동안 가해자한테 고통받으며 살해당한 수정 씨. 끝나버린 인연이기에 헤어짐을 원했을 뿐, 그것이 죽음의 이유가 아니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