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의 모습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 원에서 89만 원으로 인상했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함께 진행하는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8%에서 약 20%로 확대했습니다.
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계열사 영풍정밀 주식 매수가도 3만 원에서 3만 5천 원으로 상향했습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와 영풍정밀의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일제히 올린 것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의 '공개매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영풍·MBK 연합은 공개매수가로 고려아연 83만 원, 영풍정밀 3만 원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고려아연 측은 이보다 각각 6만 원, 5천 원 높은 공개매수가로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고려아연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 결정 정정 신고를 공시했습니다.
공시에서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매수 가격을 기존 83만 원에서 89만 원으로 7.2% 인상했고, 매수 주식 수는 전체 주식의 약 17.5%인 362만 3,075주에서 약 20%인 414만 657주로 늘렸습니다.
이로써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3조 6,852억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유통 물량이 15% 안팎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지분의 36.2%를, 영풍 장형진 고문 측이 33.1%를 보유하고 있는데, 기보유 자기주식(2.4%), 장기보유를 지향하는 국민연금 지분(7.83%),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펀드 지분(5.9%)을 제외하면 유통 물량이 15% 안팎이라는 계산입니다.
고려아연은 공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시장 상황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된 고민과 토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유통 물량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사주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이른 시일 내에 회사를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최윤범 회장 측은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도 3만 원에서 3만 5천 원으로 올렸습니다.
고려아연의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중요한 승부처로 꼽힙니다.
영풍·MBK 연합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 1.85%를 빼앗아 가져오는 식이 돼 사실상 의결권을 3.7%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주식과 함께 영풍정밀 주식을 최소 조건 없이 최대 684만 801주(발행주식 총수의 43.43%)를 주당 2만 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영풍정밀 주가가 2만 원 이상으로 뛰자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26일 매수가를 2만 5천 원으로 올렸고, 이에 맞서 최 회장 측은 지난 2일부터 영풍정밀 주식 393만 7,500주(발행주식 총수의 25%)를 3만 원에 공개매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영풍·MBK 연합도 공개매수가를 3만 원으로 올린 상태입니다.
영풍정밀은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장 씨 일가가 지분 21.25%를, 최 회장 측이 지분 35.45%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