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야생 동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 울타리를 설치하는 곳이 지역에 왕왕 있는데요. 이 전기 울타리에 감전돼 목숨을 잃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고가 난 전기 울타리를 둘러봤더니, 역시 이유가 있었습니다.
안희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북 성주의 한 옥수수밭.
지난 8월 산책을 하던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된 곳입니다.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막기 위해 세운 전기 울타리에 감전된 건데, 이 울타리는 허가를 받지 않고 임의로 시공된 불법입니다.
밭 옆에 있는 농사용 전기설비에는 이렇게 누전차단기가 있는데요.
콘센트를 따로 설치해서 문제가 발생해도 감전을 막을 수 없습니다.
[정인철/한국전기안전공사 차장 (공학박사) : 누전차단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계통의 전기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류가 무한히 흘러버리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규격 울타리는 동물이 건드리면 전기공급이 끊기지만 불법 시설물은 계속 전기가 흐르는 겁니다.
이런 불법 전기 울타리에 감전돼 목숨을 잃은 사람은 지난 5년간 11명에 이릅니다.
정부 지원을 받아 5천400여 곳에 규격에 맞는 전기 울타리가 세워졌지만 불법 시공은 끊이지를 않습니다.
규격에 맞는 울타리를 설치하려면 절차가 서너 달 걸리고 국비 60%를 지원받지만 안전설비 등을 갖추는 데 100여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반면 불법 시설물은 수십만 원이면 설치가 가능합니다.
전기 울타리 신청 건수는 5년 전 대비 약 84% 정도 준 반면, 임의 시공된 전기 울타리는 몇 개가 있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습니다.
불법 전기 울타리 대부분이 농번기에 잠깐 쓰고 치우길 반복해 전수조사는 물론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게 관계 부처 설명입니다.
[이종배/국민의힘 의원 (국회 산자중기위) : 국민의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전기 울타리를 불법으로 설치 못 하게 유도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가 협력해 (마련해야 합니다.)]
정부는 지자체와 함께 불시 점검을 강화해 불법 울타리 설치자와 사용자는 관련 법규에 따라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강시우, 영상편집 : 정성훈, 디자인 : 강경림·장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