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넉 달 전, 반도체 장비를 수리하던 삼성전자 직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기준치인 0.5시버트의 188배나 되는 방사선에 순간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사고 한 달 뒤 피해자가 촬영했다는 양쪽 손 사진을 보면 손가락이 이렇게 검게 변하고 피부가 벗겨진 곳들도 군데군데 보입니다. 그동안 조사를 벌여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삼성전자 측의 관리가 미흡했던 게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구희 기자입니다.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정비 일을 해온 피해자는 SBS 기자에게 "사고 이후 치료를 받아 왔지만, 뼈와 관절이 변형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용규/삼성전자 피폭 피해자 : (왼손은) 관절하고 뼈가 문제가 있는지 굳어서. 구부러지고 펴고 잘 안돼요. 오른손은 아예 움직여 본 적이 없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 결과, 지난 5월 사고 당시 피해자 중 1명이 받은 방사선 등가선량은 94시버트였습니다.
흉부 엑스레이 94만 번을 찍은 수준입니다.
당시 사고는 반도체에 도포된 화학물질을 측정하는 장비를 2명이 수리하던 중 발생했습니다.
방사선을 막아주는 '셔터'란 장치를 떼어내면, 안전장치인 '인터락'이 작동해 전원 공급을 끊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전원이 안 끊기면서 방사선이 계속 방출돼 사고로 이어진 겁니다.
원안위는 누군가 '인터락'의 전기 배선을 임의로 바꿔놓은 걸로 보고 있습니다.
또 고장 수리 절차서도 없었다며 관리 책임도 문제 삼았습니다.
[김성규/원자력안전위원회 방사선방재국장 : 해당 배선을 변경한 작업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관리감독 체계의 미비라고 보고 있습니다.]
원안위는 누가, 왜 변경했는지 밝히기 위해 수사 의뢰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원안위는 피폭 사고에 대해 1천50만 원, 별도로 적발된 원자력안전법 위반에 대해 600만 원의 과태료를 삼성전자에게 물리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을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문제의 설비를 즉시 정비했으며, 안전 관리 시스템도 대폭 강화해 방사선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 영상편집 : 박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