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법원
심야 시간대 과속으로 달리던 버스와 승용차가 도로 위에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피하지 못하고 거푸 밟고 지나갔습니다.
법원은 두 번째 차량 운전자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어제(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5-3 형사부(이효선 재판장)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승용차 운전자 50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 씨는 2021년 5월 6일 자정 무렵 충남 당진시 고대면의 편도 2차로를 운전하다 도로 위에 쓰러져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피해자)를 피하지 못하고 밟고 지나쳤습니다.
검찰은 버스 선행 사고에 A 씨의 업무상 과실이 더해져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A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오토바이를 몰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제한속도 80km/h인 2차선 도로의 1차로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오토바이 단독사고로 운전자(피해자)가 숨질 정도의 강한 충격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뒤따라오던 45인승 버스 운전자는 이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피해자를 역과했습니다.
버스가 지나간 후 피해자 위치가 크게 변하지 않았고, 차량 하부에 손상 흔적이나 피해자 혈흔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버스에 이어 A 씨 차량도 피해자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밟고 지나갔습니다.
A 씨 차량 아래로 들어간 피해자는 21m 거리를 밀린 뒤에야 멈췄습니다.
사고 소식을 알리는 다른 운전자가 뒤따르던 차를 향해 휴대전화 불빛 수신호를 보냈고, 이에 따라 선행 차는 비상등을 켜서 서행했지만, A 씨는 96km/h의 속도로 과속해 앞선 차를 추월하다 사고를 냈습니다.
1심 법원은 더 큰 과실이 있는 A 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버스 기사에겐 벌금 500만 원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피해자가 1차 사고 후 이미 사망해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제한속도로 주행했더라도 피해자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은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A 씨 차량이 밟고 지나갈 당시 피해자가 생존해 있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국과수 부검 감정에도 1차 버스 사고 후 피해자의 생존 가능성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버스 뒷바퀴와 주변에 피해자 옷 재질이 압착돼 발견된 점을 근거로 버스 뒷바퀴가 피해자를 타고 넘은 것으로 추정했고, 이를 근거로 피해자를 1차로 밟고 넘어간 45인승 버스에 의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버스 블랙박스 영상에 피해자를 지나갈 때 무언가 부서지는 '퍽' 소리가 들리고, 17명을 태운 45인승 버스의 무게와 속도(105km/h) 등도 고려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증거만으로 2차 사고 당시 피해자가 생존해 있었을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