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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님 사무실…" 말실수로 졸지에 마당 쓴 군부 1인자

<앵커>

북한의 군부 1인자에서 하루아침에 청사 마당을 쓸게 된 사람이 있습니다. 황병서 전 총정치국장인데요. 지난 2017년 갑자기 해임된 뒤 6계급이나 강등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밝혀졌습니다.

안정식 북한전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7년 말 북한 군부 1인자였던 황병서 당시 총정치국장이 모든 직위를 박탈당했습니다.

[김병기 (2017년 11월, 당시 국회 정보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 당에 대한 불손한 태도를 문제 삼아서 (황병서의) 군 총정치국에 대한 검열을 진행 중이라고 (국정원이) 보고했습니다.]

황병서는 당시 6계급 강등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해 말 탈북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는 말실수가 해임 이유였다고 밝혔습니다.

총정치국에 불이 나 김정은에게 보고하는 전산망이 타버렸는데, 이렇게 보고했다는 것입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김정은) 원수님 사무실하고 연결된 전산망이 다 불타서 컴퓨터가 다 전소됐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원수님께 보고하는 문건을 프린트해서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에 넘겨줘서….]

그런데 김정은이, 집무실을 '사무실'로 표현한 것과, '넘겨준다'는 표현을 쓴 것을 문제 삼았습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김정은이 황병서한테) 수령이 일하는 공간이 사무실이냐 집무실이냐, 당중앙위원회가 장마당이냐. 문건을 넘겨준다는 게 무슨 소리야. 당 중앙위원회에 문건을 보고하게 돼 있지….]

당중앙위원회를 존엄 있게 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황병서는 혁명화 처벌을 받아 졸지에 마당을 쓰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거의 70이 되는 총정치국장이 해임이 돼 가지고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 마당을 쓸었어요. 한 3개월 정도 쓸었다는 것 같아요.]

이 사건이 북한에 미친 여파는 컸습니다.

[리일규/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 (보통은) '어떤 어떤 일을 했음' 하는데, 당중앙위원회에 보내는 전보는 '어떠어떠한 일을 했음을 보고함' 이렇게…. 당중앙위원회를 존엄 있게 대하라고 불호령이 떨어지고….]

군부 힘을 빼기 위해 트집을 잡았을 수도 있지만, 군부 1인자가 졸지에 추락한 과정을 보면 북한에서는 절대 존엄 김정은 외에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재삼 확인하는 사건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이찬수,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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