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 씨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선교사의 수상한 비즈니스 - 40대 여신도 사망 사건'이라는 부제로 한 선교사와 그를 따르던 신도 사이에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6월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여성이 투신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던 신정미 씨는 오전 11시 홀로 의자를 들고 승강기에 오르는 모습이 포착되었고, 이에 정미 씨가 의자를 밟고 투신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유서도 한 장 없이 사망한 정미 씨. 그는 사망하기 전 친오빠에게 갑자기 연락을 해 백만 원을 빌려달라고 부탁해 의아함을 자아냈다.
특히 그는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을 2년 동안 극진히 보살폈던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그런 그가 사망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그런데 유족들은 그의 휴대전화에서 선교사 이 씨라는 남성과 정미 씨의 300여 개의 음성 파일을 발견하고 충격에 빠졌다.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진 후에 기도원을 찾았던 정미 씨는 그곳에서 선교사 이 씨를 만나게 되었던 것. 그리고 정미 씨는 그와 나눈 대화를 첫 만남부터 사망하기 직전까지 모두 보관해 뒀던 것이다.
국내에서 30개의 교회를 개척해 명성이 높은 선교사 이 씨. 그는 10년 전 캄보디아 선교사로 떠난 후 13개의 교회를 개척하고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며 선한 사역자로 알려졌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는 정미 씨가 사명자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았기에 남편이 그렇게 된 것이라며 아직 늦지 않았으니 회개용의 예물을 올리라고 했다. 금액은 정하지 말고 자신의 생명과 바꿀 수 있는 예물을 하라고 강요한 이 씨.
이에 정미 씨는 회개하는 이유로 2천만 원을 준비해 기도원에 헌금을 했다. 그러자 이 씨는 본인에게 헌금 1천만 원을 따로 하라고 했고, 그는 "헌금을 드린 그분에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저는 책임자다. 공동 책임자다"라며 정미 씨를 특별하게 대했다.
또한 그는 "너는 사모가 되어야 될 운명인데 하나님이 너랑 나랑 만나기 위해서 네 남편을 이용한 것이다. 네가 사모가 되면 네 남편도 너희 엄마 아빠도 내가 돌보고 모시고 살 거다. 너희 자녀들까지 내가 든든한 아빠가 되어주겠다. 너희 평생 먹고살게 해 줄게"라며 남편과 이혼하고 자신과 목사와 사모와의 관계로 지내자고 제안했다. 그 후로 두 사람은 긴밀한 관계로 발전했고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이다.
이후 이 씨는 거듭 정미 씨에게 이런저런 연유로 헌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다. 특히 2023년 6월 말에는 전재산을 바칠 생각이 있냐며 대출을 알아보라고까지 했다. 결국 정미 씨는 4억 7천만 원을 대출했고, 이 씨는 이후에도 거듭 금전을 요구했다. 그리고 정미 씨에게는 참고 살아야 한다며, 그래야 사모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이후에도 정미 씨에게 과한 요구만 할 뿐 자신이 해주겠다는 것은 어느 것도 지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씨는 캄보디아 여성과 음란 행위를 하는 영상을 직접 촬영해 보냈다. 그리고 이 씨의 이런 행동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전에도 나체 사진을 보냈다는 것.
정미 씨는 이 씨의 실체를 점점 알아가면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 씨는 정미 씨의 기도가 부족한 탓이라며 도리어 화를 냈다. 결국 두 사람의 관계는 파탄 났고 이후 정미 씨는 무기력증과 우울증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 씨는 정미 씨의 오빠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에 정미 씨는 괴로워했지만 이 씨는 무조건 참아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미 씨는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전문가는 "기도원에 가는 사람들은 현실에서 뭔가 고단한 일이 있는 사람들이 가는 것이다. 거기 가서 기도하면 현실의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서 가는 것인데 정미 씨는 이미 물에 빠져 있는 상태,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되는 것이다. 그런 정미 씨에게 이 씨는 동아줄로 보였던 것 같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정보의 유일한 원천은 이 씨뿐이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얘기하는 것들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다른 소스들, 정보들이 부족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캄보디아로 가서 이 씨가 어떤 인물인지 더 자세히 추적해 보기로 했다.
캄보디아에서 알게 된 이 씨의 실체는 문란한 생활을 하며 종교 활동에는 큰 관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정미 씨에 대해 이 씨 본인이 그의 성욕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말해 황당함을 자아냈다.
또한 그는 자신이 보낸 음란물은 어쩌다 한 번씩 주고받는 것이고 다른 목사에게 보내려던 것이 정미 씨에게 실수로 발송되었다며 그는 캄보디아에서 고용한 여성 통역은 통역을 하기 위함일 뿐 성관계는 관심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제작진은 취재 도중 이 씨의 학위들이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전문가는 이 씨를 떠올릴 때 끊임없이 떠오르는 단어가 비즈니스라며 "어느 한곳에 집중해서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나 국외 할 것 없이 반복적으로 교회를 짓고 매매하고 시설을 짓고 매매하고 하는 것은 선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돈을 목적으로 선교를 했고 돈을 목적으로 교회를 개척했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것. 이에 종교 전문가는 "교회를 세우고 다른 사람한테 팔고 이게 한 번 되다 보니까 다음 행동을 한 것이다. 이게 이익이 되니까 결국 국외까지 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씨는 정미 씨 사건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냐는 물음에 그가 자신을 믿은 것이라며 정미 씨의 행동을 지적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