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추석을 앞두고는 체불 임금 단속 등 근로감독관의 현장 점검 업무가 크게 늘어납니다. 그런데 악성 민원과 과도한 업무 탓에 최근 일터를 떠나는 근로감독관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정성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출근과 동시에 담당 사업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이들.
[추석 때문에 현장 예방 점검 때문에 나가야 돼서요.]
추석 전 임금 체불 등을 단속하러 나선 근로감독관들입니다.
사무실에 돌아와선 넘쳐나는 서류들을 들춰가며 민원과의 전쟁을 벌입니다.
[임주영/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 최소 하루에 1.5건 정도씩 들어온다고 하면, 이게 (사건) 하나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 지금 상황입니다.]
근로감독관 1명이 담당하는 사업장 수는 평균 1천 개, 1년에 처리하는 신고 사건은 약 200건에 달합니다.
플랫폼 노동 등 근로 형태가 다양해지며 사건은 더 복잡해졌고, 현장의 권리의식은 더 높아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이 욕설이나 폭행은 물론, 고소나 손해배상 등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일도 늘었습니다.
노동자와 고용자 사이에서 욕먹는 게 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임주영/대전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 갑자기 심한 소리를 하시더라고요. 민원인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참고 가는 경향도….]
사정이 이러니 다른 부처 전출을 희망하거나 아예 직장을 떠나는 선택이 늘었습니다.
올 8월까지 휴직한 근로감독관 중 절반 이상이 병을 얻어 쉬는 겁니다.
[전직 근로감독관 : 저연차 공무원들은 물어볼 곳도 없고 배우는 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부서를 바꿀 수 있으면 웬만하면 다들 바꾸려는 분위기가 있죠.]
통상 7급 이상이 맡던 감독관 업무는 기피 현상이 심화하면서 종전에 보조 업무를 주로 하던 8, 9급 공무원들에게 떠넘겨지고 있습니다.
[김소희/국회 환경노동위원 (국민의힘) : (근로감독관이) 본연의 역할을 못하시면 결과적으로 노동 현장 전반으로 악화가 될 거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시 근로자들한테 돌아가는 악순환이….]
지난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근로감독관도 입사한 지 9개월 된 9급 공무원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양현철, 영상편집 : 박지인, 디자인 : 서승현·최재영·홍지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