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 '토스카' 공연 중인 안젤라 게오르기우(오른쪽)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오페라 스타 안젤라 게오르기우가 공연 도중 앙코르곡을 부른 상대 배우와 지휘자에 불만을 제기하며 공연을 지연시키는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어제(8일) 공연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토스카' 공연에서 주인공 토스카 역을 맡은 게오르기우는 테너 김재형이 3막에서 앙코르곡을 부르자 무대 한쪽에 모습을 드러내 제스처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김재형이 '토스카'에서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인 '별은 빛나건만'을 마친 뒤 객석에서 환호와 박수가 끊이지 않자 앙코르곡을 부르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게오르기우는 손짓으로 불만을 드러낸 데 그치지 않고 앙코르곡이 끝난 후 다음 연주가 시작되자 무대에 등장해 지휘자 지중배에게 음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는 객석까지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이것은 리사이틀(독주회)이 아니고 오페라다. 나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앙코르를 한 지중배와 김재형에게 항의했습니다.
이후 공연은 재개됐으나 게오르기우의 무대 난입과 음악 중단으로 인해 흐름이 끊긴 탓에 관객들은 제대로 공연을 감상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게오르기우는 공연을 끝까지 선보이기는 했지만, 커튼콜이 시작된 뒤 몇 분간 무대에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뒤 그는 사무엘 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객석 곳곳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습니다.
일부 관객은 "고 홈"(집으로 돌아가라)이라고 외치기도 했습니다.
결국 게오르기우는 관객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곧장 퇴장했습니다.
공연을 관람한 한 관객은 "김재형이 앙코르를 하는 중에 게오르기우가 무대 위로 올라와 불만이 있는 듯 허리에 손을 짚고 서 있었다"면서 "앙코르가 끝난 뒤 박수갈채가 나오자 게오르기우가 지휘자에게 큰 소리로 따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오페라 공연 중 앙코르곡을 부르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아주 이례적인 일도 아닙니다.
이날 공연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게오르기우가 관객들을 가르치려는 태도가 너무 오만하게 느껴졌다", "역대급 깽판이었다", "기분 제대로 망치고 집으로 돌아갔다" 등 불만 섞인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일부 관객 사이에선 개인의 무대가 아닌 여러 명의 배우가 만들어가는 오페라에서 즉흥적으로 앙코르를 선보이는 건 적절치 않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세계적인 오페라 성악가가 관객의 야유를 받으며 무대를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페라 공연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면 안타깝다는 반응입니다.
한 오페라 관계자는 이날 언론 통화에서 "세계 최고의 토스카인 게오르기우의 노래와 연기를 보려고 겨우 티켓을 구해 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난감하다"며 "많은 오페라 공연을 봤지만, 주역 성악가가 관객의 야유에 커튼콜도 안 하고 퇴장한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고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은 안젤라 게오르규 측에 강력한 항의 표시와 함께 한국 관객에 대한 사과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세종문화회관을 믿고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 말씀 드리며 더 좋은 공연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1992년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와 1993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연이어 오페라 '라 보엠'의 미미 역을 맡아 화려하게 데뷔한 게오르기우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재능 있는 '오페라 슈퍼스타'로 불리는 성악가입니다.
2001년에는 브누아 자코 감독의 오페라 영화 '토스카'에 출연해 토스카 역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2022년에는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토스카를 선보여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진=서울시오페라단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