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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태어났지만 '없는' 존재…신고 보장해야

<앵커>

들으신 대로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외국 아이는 출생 신고 대상이 아니다 보니, 법적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동 인권을 위해서, 모든 아이의 출생 신고를 보장해야 한다고, 유엔이 우리나라에 권고한 적도 있는데, 이 문제 이현정 기자가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기자>

경기도에서 종교시설을 운영하는 이인자 씨는 외국인 아동 29명을 돌보고 있습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일하러 간 사이, 집에 남겨진 자녀의 안타까운 상황을 보고, 돕기 시작한 지 어느덧 8년째입니다.

[이인자/외국인 아동 돌봄시설 운영 : 기저귀에서 냄새나고 또 눈물, 콧물 막 범벅이 되고. '대한민국인데 어떻게 아이들이 저렇게 버려져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동의 부모들은 취업을 위해 또는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가 체류 기간을 넘긴 뒤, 불안정한 처지가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사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자녀는 출생신고조차 안 돼 있기 때문에 '없는' 존재나 마찬가지입니다.

최소한의 법적 돌봄도 못 받습니다.

[이인자/외국인 아동 돌봄시설 운영 : 임산부와 또 갓난아기들은 (체류 자격이) 합법이니 불법이니, 나라의 인종을 떠나서 어느 때나 어느 시기에도 보호받아야 되고.]

현행법상, 체류자격이 없는 외국인 아동도 학교엔 다닐 수 있지만, 그 수가 정확히 파악조차 안 돼 부모가 안 보내면 소용이 없습니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부모의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를 보장하라"고 우리나라에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탁건/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법무담당관 : 국제사회의 합의는 '한 국가의 영역에 있는 아동들의 기본적인 권리는 그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권리 보호의 첫 단추는 출생 등록이다'.]

외국인도 출생신고를 보장한다고 해서 체류 자격이나 국적을 부여하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처럼 자녀가 부모의 국적을 따르는 '속인주의' 국가 가운데, 영국과 일본 등은 그곳에서 태어난 외국인 자녀의 출생신고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이런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도입하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되기도 했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김원배, 영상편집 : 박지인)

▶ [단독] 출생신고 없이 행방불명…외국인 아동 22명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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