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해 수능 시험을 자녀와 함께 보겠다는 부모들이 있습니다. 일부 선택 과목에서 일부러 낮은 점수를 받아서 자기 아이들 표준점수를 높여주겠다는 겁니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이야기인 건지, 팩트체크 사실은 코너에서 따져봤습니다.
안상우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 한 학부모가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에 올린 수능 응시원서 접수증입니다.
화학을 선택한 아이가 이과 입시에 불리한 상황이라며, 수능에 직접 응시한 뒤 낮은 점수를 받아 자녀의 표준점수를 올려주겠다는 겁니다.
이런 방법을 쓰겠다는 다른 학부모들의 접수증도 속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수능에 응시해 낮은 점수를 깔아주겠다는 아르바이트생들까지 나타나는가 하면 수강생들을 위해 응시한다는 학원 관계자도 있습니다.
[학원 관계자 (수능 응시 접수) : 물리, 화학을 선택한 학생 수가 굉장히 줄어들었거든요. 표준 점수가 훅 내려가서 똑같이 만점을 받더라도 굉장히 불리한 상황에 놓이니까 밑에 점수를 깔아주기 위해서 일부러….]
응시자가 적은 과목의 경우 표준점수가 20~30점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옵니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요?
먼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문의했지만 답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통계학과 교수와 함께 실제 수능 표준점수 산출 방법대로 시뮬레이션해 봤습니다.
응시자가 1천 명인 과목에 학부모 200명이 응시해 전원 0점을 깔아줄 경우를 계산해 봤습니다.
상위권인 1, 2등급 표준 점수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1점 낮아지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김태윤/계명대학교 통계학과 명예교수 : 평균점수를 낮춰서 상대적으로 학생들의 점수가 높아지게끔 하려는 것 같은데, 또 그만큼 표준편차가 커집니다. (서로) 상쇄돼서 10~20점 상승하기보다는 소폭으로 오르거나 떨어지는 (것입니다.)]
만일 상위권 표준점수를 1점 더 높아지게 하려면 학부모 500명이 같은 과목에 응시해 전원 0점을 맞아야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서로 짜고 이 방법을 썼다가 적발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승우/변호사 : 다양한 형태의 SNS 단체방 만들어서 의논하고 회의하면서 접수하는 행위까지 가면 조직적으로 조작하는 거잖아요.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통합 수능이 도입된 이후 과학탐구 선택자가 줄면서 생긴 현상인데, 헛된 일탈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최혜란, 디자인 : 김민영·김규연, VJ : 김준호, 작가: 김효진, 인턴: 배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