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폭스바겐 공장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부상으로 세계 자동차 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4일(현지시간) 진단했습니다.
CNN은 이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누렸던 황금기가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내 자동차 판매 부진이 최근 독일 폭스바겐의 수익 악화와 구조조정을 야기한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폭스바겐의 중국 내 판매량은 134만 대로, 3년 전과 비교해 25% 이상 줄었습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 브랜드였던 폭스바겐은 지난해 그 타이틀을 중국 업체인 비야디(BYD)에 내줬습니다.
중국에서 내리막길을 걷는 외국 자동차 브랜드는 폭스바겐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CPCA)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외국 업체들의 합계 점유율은 33%로, 2년 전의 53%와 비교해 큰 폭(20% 포인트)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판매 부진에 따라 중국에 진출한 외국 자동차 업체들의 수익도 악화했습니다.
도요타의 중국 합작사가 지난 분기 기록한 수익은 1년 전보다 73% 급감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의 중국 합작사도 올해 2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메리 바라 GM CEO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애널리스트들에게 "중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수년간의 판매 감소에 따라 중국 합작사의 생산을 종료한다고 발표한 것을 비롯해 혼다와 현대차, 포드도 공장 폐쇄나 정리해고 등을 단행했다고 CNN은 전했습니다.
이 매체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중국에 진출한 뒤 이런 변화가 촉발됐다고 분석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약 20년간 중국 시장의 급성장으로 호시절을 누렸으나, 테슬라가 2019년 말 중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고 그 직후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치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전환에 불을 댕겼다는 것입니다.
전기차 전문 컨설팅 회사 던 인사이트의 CEO 마이클 던은 "테슬라가 상하이에서 모델3을 생산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점이 바뀌었다"며 "이것은 기념비적인 전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테슬라의 '쿨'한 이미지는 중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수요를 달궜고, 자국의 전기차 후발업체인 비야디와 네오, 리 오토 등에 '후광 효과'를 가져다줬다는 것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년 전만 해도 110만 대에 불과했던 중국 내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이 올해 1천만 대를 돌파하며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중국 소비층의 세대교체도 자국 브랜드의 약진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됩니다.
자동차 컨설팅 회사 시노 오토 인사이츠의 투 리 전무이사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자동차를 구입한 부모 세대는 중국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지금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그 자녀들, 알리바바(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고 위챗(중국 소셜미디어)을 이용하며 자란 세대로 중국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에 부정적인 인식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2020년부터 수년간 중국이 봉쇄된 탓에 외국 자동차업체 경영진이 중국을 방문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진 사이에 중국 전기차업체들은 기술과 생산 속도, 공급망 관리 등 모든 면을 급격히 개선하며 자국 시장을 차지했습니다.
이제 중국 전기차업체들은 자국 내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승용차 수출량은 전년 대비 60% 넘게 급증해 400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비야디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02만 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62% 성장했습니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는 2030년까지 중국 업체의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약 3분의 1에 도달하고, 그에 따라 유럽 자동차업체들이 가장 큰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럽과 북미의 각국 정부는 관세 인상으로 이에 대응하려 하지만, 이런 정책이 중국 전기차의 공세를 막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CNN은 짚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