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상청 고위공무원이 영상회의 시간에 한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물었다가 신고를 당했습니다. 기상청은 이 발언을 외모 비하라고 판단하고 징계하려 했지만 재심의 끝에 경고 처분만 내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민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1월, 기상청의 익명 신고센터에 접수된 제보 내용입니다.
기상청 고위공무원 A 씨가 비대면 영상회의 과정에서 한 여성 직원에 대해서 "뒤에 앉아 있는 저 사람, 남자냐, 여자냐, 궁금해서 그러니 누가 알려달라"고 말했으며, 그 발언을 전해 들었다는 겁니다.
이어 "얼굴이 남잔데 왜 치마를 입고 있느냐"는 말도 한 걸로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상청이 감사에 착수하자 A 씨는 "그런 발언을 한 기억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회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저 사람 누구냐'와 같은 말은 한 적이 있다"는 해명도 했습니다.
기상청이 지난 5월 작성한 최종 감사 보고서입니다.
A 씨가 "'남잔지, 여잔지, 누구 아는 사람 있는지'의 물음을 던진 사실은 있었던 걸로 확인된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화면상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임에도 그렇게 물어 피해자의 외모가 남자처럼 보인다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했던 걸로 보인다"며 "이는 사실상 상대방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얼굴', '치마' 등 다른 발언들은 사실 여부 확인이 어렵다고 봤습니다.
기상청은 1차 감사 때는 징계를 결정했지만, 재심의 끝에 경고로 처분 수위를 낮췄습니다.
면전이 아니고, 반복적이 아니며, 반성의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였습니다.
5명의 외부 감사 자문위원의 과반은 징계를 유지하자고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박홍배/민주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 : 공직기강 해이 그리고 기상청의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만들어 낸 (사건입니다.)]
A 씨는 SBS에 "해당 발언이 의도치 않은 외모 비하로 인식돼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이찬수·윤 형, 영상편집 : 조무환, 디자인 : 최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