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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고통인데 "후천성 안 돼"…의료비 지원 '사각지대'

<앵커>

병원비 때문에 한 가정이 무너질 정도의 경제적 충격을 받는, 이른바 재난적 의료비 문제, 저희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전해 드리고 있습니다. 6년 전에 지원법이 제정됐고, 또 일부 희소병의 경우에는 병원비를 10%만 내도록 배려하는 제도도 마련됐지만, 지원 규모가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입니다.

한 희소병 환자의 이야기를 박하정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10살 한지민 군은 배에 구멍이 있습니다.

그곳에 어머니는 주사기를 꽂고, 복부에 찬 가스를 빼냅니다.

[이다래/한지민 군 어머니 : (가스를 빼서) 감압하지 않으면 구토하거든요.]

지민 군은 거대결장증 때문에 돌 즈음 장 일부를 잘라냈습니다.

장이 짧아지면서 영양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돼 혈변, 구토, 설사 같은 고통을 일상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이다래/한지민 군 어머니 : 위산이 그대로 (변으로) 나오는 거예요. 엉덩이 발진이 한 번도 나은 적이 없고.]

짧은 장, 즉 '단장' 증후군은 보건당국이 정한 지원 대상 질환으로 관련 병원비의 10%만 내면 됩니다.

하지만 '선천성 단장증후군' 환자만 이런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진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선천성은) 지금 현재 소아에서 생기는 전체 '단장증후군'의 5%도 안 될 겁니다.]

평생 똑같은 고통을 받는데도 전체의 95%인 지민 군과 같은 후천성 환자는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이다래/한지민 군 어머니 : 한 번 병원에 입원하면 (병원비가) 한 7백만 원 정도 나오더라고요.]

아들 돌보러 회사를 그만둔 지민 군 아버지는 다섯 달 만에 퇴직금을 병원비로 다 썼습니다.

집도 줄여 이사했습니다.

선천성이든, 후천성이든 증상도, 치료법도 같은 만큼 같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의료계는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후천성 환자들까지 지원하는 데에는 난색입니다.

한 해 최대 200명의 '단장증후군' 환자가 발생한다고 추산할 때, 40억 원 정도 더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 추산인데, 문제는 '단장증후군'처럼 지원 확대를 원하는 희소 질환이 8천 개가 넘는다는 점입니다.

결국 재난적 의료비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드는 재정 부담에 대한 정책적 의지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득의 20% 이상을 의료비로 부담해 '재난적 의료비'의 경제적 고통을 겪은 가구는 전체의 4.6%로 추산됩니다.

OECD 평균 1.6%보다 월등히 높은 편입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황인석, 영상편집 : 김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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