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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젊은 의사들 해외 보내버릴 것, 서로 데려가려 해" 전공의 몰렸다…윤 대통령 '비상진료체계 원활' 발언에 한숨 '푹'

의정 갈등 장기화로 응급실 파행이 속출하는 가운데 응급의학과 의사단체가 연 해외 진출 강연에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오늘(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정기학술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학술대회 세션에서는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미국 의사 되기' 등의 제목을 단 강연이 열려 눈길을 끌었습니다.

각 강연의 연사는 우리나라의 '빅5' 대형병원서 재직하다가 캐나다, 미국 등의 병원으로 건너가 일하고 있는 의사들로 구성됐습니다.

이 외에도 호주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현직 응급의학과 의사 등이 강연에 참여해 해외에서의 응급의학과 의사 업무와 처우 등을 소개했습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현실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젊은 의사들을 위해 강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필요하고 수요가 많은데, 우리나라 처우가 이렇게 열악한 것에 해외에서는 놀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학술대회에는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와 전문의 등 400여 명이 사전 등록했습니다. 해외 진출 관련 세션에는 시작 시간 기준으로 100여 명이 몰려들어 강연을 듣는 성황을 이뤘습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는 전국 주요 병원 응급실은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빠져나가고, 격무에 남은 전문의들마저 잇따라 사직하면서 파행 위기에 처했습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다음 달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합니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초 14명이었으나, 의정 갈등 속에서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최근에는 남은 의사들 중 4명도 사직서를 냈습니다.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도 근무하는 의사 7명 전원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응급의학과 의료진들은 오랜 기간 누적된 인력 부족과 낮은 수가체계 등이 이러한 문제를 불러왔다며, '붕괴 직전'에 처한 응급의료체계를 구하기 위한 처우 개선과 제도 정비 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형민 회장은 "정부가 전국 응급실 대부분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라며 "정부가 생각하는 위기는 문 닫는 것이고, 문만 열려 있으면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문을 열어도 기능을 못 하면 그게 위기"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응급실 당 6명의 전문의가 필요하다는 게 해외 기준인데, 지금 권역센터의 절반 가까이에 전문의 혼자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심각한 위협"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전공의 없는 첫 추석'에는 "난리가 날 것"이라며 "두렵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전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한 국정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문제로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의료 현장을 한번 가보라"며 "비상진료체계가 그래도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석 위기설'에 대해선 "의대 증원에 대해서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이라며 "의료 현장을 한번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에 남궁인 이대 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는 직장을 그만 못 둬서, 의사가 부족한데 사람이 죽어가니까 몸 갈아서 지금 일하고 있을 뿐이지 의료개혁을 위해 헌신적으로 뛰고 있는 건 아니다"며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는지 딱 1, 2시간만 와 보면 아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의료계에서도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 / 구성 : 진상명 / 편집 : 김남우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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