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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장비만 지급됐더라도…" 저수지 사망 형제 유족 '분통'

"안전 장비만 지급됐더라도…" 저수지 사망 형제 유족 '분통'
▲ 홍천 대룡저수지 실종자 수색 작업

"안전 장비만 제대로 지급됐더라도 이런 사고는 없었을 텐데…"

강원 홍천군 대룡저수지에서 발생한 실종 사고로 하루아침에 조카 2명을 잃은 문모(73)씨는 28일 언론 통화에서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27일 조카 A(48)씨와 B(45)씨가 관광용 부교 건설작업을 하다 물에 빠져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은 문 씨는 충북 제천에서 급히 사고 현장으로 올라와 소방 당국과 함께 조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습니다.

문 씨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지난 주말 홍천에 도착해 안전교육도 받지 못한 채 곧장 현장에 투입됐고, 월요일에 작업에 나섰던 이들은 불과 이틀 만에 변을 당했습니다.

문 씨는 "구명조끼 등 최소한의 안전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작업하다가 결국 사고를 당했다"며 "업체나 지자체에서 안전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안전 장비만 제대로 받았더라도 이러한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문 씨는 숨진 형제는 우애가 깊었다고도 전했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살았던 두 사람은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평소 자주 왕래하며 가깝게 지냈습니다.

형 A 씨는 의료기기 대리점을 하고 있었지만, 건설업에 종사하는 동생 B 씨가 걱정돼 틈틈이 B 씨를 도왔습니다.

이번 사고 역시 홀로 일할 동생이 걱정돼 동생과 함께 지난 주말 홍천을 찾았고, 작업 중 물에 빠진 동생을 구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부교 건설 작업 중 로프가 풀린 보트를 잡으려던 동생이 먼저 물에 빠졌고, 이를 본 형이 동생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두 사람 모두 저수지에 빠지고 만 것입니다.

문 씨는 "동생이 홍천까지 가서 혼자 일하면 고생도 하고 걱정도 되니까 형이 따라갔었다"며 "보통 건설 현장에서는 2∼3일 정도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발주처인 홍천군 관계자는 "시공사에 안전 관리비를 모두 지급했고, 안전관리 용품을 설치할 의무는 시공사에 있었다"며 "그걸 확인 못 한 우리도 과실이 있었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 관계자는 "유가족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드린다. 관리·감독을 더 철저하게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고는 27일 오후 2시 54분 발생했습니다.

소방 당국은 28일 오전 11시 16분 숨진 A 씨를 발견한 데 이어 오후 4시 32분 숨진 B 씨를 발견해 인양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한편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할 방침입니다.

(사진=홍천소방서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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