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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 외면이냐, 지원이냐…갈림길에 선 경계선지능인

지능 지수가 70 이하이면 지적장애, 85 이상이면 평균으로 분류한다. 그 사이인 71~84인 사람들은 장애와 비장애 사이의 경계에 서 있다 해서 '경계선지능인'이라고 한다. 이들은 인지능력이 떨어져 배움이 늦다 보니 '느린 학습자'라고도 불린다. 또래보다 이해력, 어휘력이 부족해 대인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공식 통계조차 없다. 다만, 지능 지수 정규분포를 기준으로 인구의 13.6%인 약 697만 명이 경계선지능인일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삶의 경계에 선 697만 명…지원책은 어디에?

고등학교 2학년인 최지훈(가명) 군은 초등학교 4학년이 돼서야 자신이 경계선지능임을 알게 됐다. 열심히 공부를 해도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었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움은 더 커졌다고 한다. 또래 친구들과의 학업 격차는 따돌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부모는 지훈이를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경제적 부담은 점점 늘어나 가정불화를 겪기도 했다.
경계선지능인의 진짜 어려움은 성인이 되면서 시작된다. 서울에 사는 이진영(가명) 씨는 IQ 78로 경계선지능이다. 올해 마흔 살이지만 제대로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힘들게 직장을 구해도 행동이 느리고 일머리가 없다는 이유로 2~3일 만에 잘리기 일쑤였다. 어리숙해 이용당한 적도 많았다. 최근엔 개인 서류를 맡겼다가 한 회사의 서류상 대표이사가 돼 있었고, 수백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할 처지에 몰렸다. 하지만, 진영 씨는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보호나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복과 맞춤 학습의 중요성…"느리지만 할 수 있어요"

경계선지능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경계선 지능인인 26살 김성현(가명) 씨는 서울의 한 식당에서 홀 서빙부터 주방 일까지 척척 해내고 있다. 한 사회복지관에서 자신에게 맞는 직업 교육을 받은 덕분에 식당에 취업했고, 지금은 자취하며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취재진이 만난 전문가들은 경계선지능인에게 꾸준한 치료와 맞춤형 지원이 이뤄진다면 이들도 충분히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 <SBS 뉴스토리>에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계선지능인과 그 가족의 고충을 들어보고, 경계선지능인의 자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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