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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행자 덮쳐 3명 사망…브레이크 고장 아니었다

<앵커>

석 달 전 경북 구미의 한 비탈길에서 차량 한 대가 길을 지나던 사람들을 덮쳐 3명이 숨졌습니다. 운전자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국과수는 이 차에, 처음부터 시동이 걸려 있지 않았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습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최승훈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처님 오신 날인 지난 5월 15일, 경북 구미의 한 사찰 앞 도로.

비탈에 주차돼 있던 SUV 한 대가 왼쪽으로 방향을 꺾어 출발합니다.

그런데 차량은 갑자기 좌우로 왔다 갔다하며 내려가다가 보행자 4명을 치고 도로 옆 개울에 빠진 뒤에야 멈춰 섰습니다.

50대 여성과 60대 남성 부부 등 3명이 숨지고, 50대 여성이 크게 다쳤습니다.

결혼식을 열흘 앞둔 A 씨는 이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었습니다.

[A 씨/교통사고 피해자 유가족 :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빨리 와줄 수 있느냐고…. 제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엄마도 돌아가셨습니다.]

사고 차량 운전자인 60대 여성은 "시동을 걸고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그런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차량이 애초에 시동이 꺼진 채 내리막을 달린 거로 보인다는 감정 결과를 냈습니다.

사고기록장치, EDR 데이터와 사고 차량 블랙박스에서 엔진 회전이 감지되지 않았고, 브레이크등이 꺼지는 모습도 주변 차량 블랙박스에 포착된 겁니다.

경찰은 운전자가 차 키를 반쯤 돌려 전원이 들어오자, 시동이 걸린 걸로 착각하고 기어를 주행으로 바꾸면서 차가 움직인 거로 파악했습니다.

검찰도 사고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시동이 걸리지 않은 차가 경사로에서 움직이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문가와 함께 실험해 보겠습니다.

점점 속력이 붙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보지만, 차는 멈추지 않습니다.

브레이크의 힘을 높여주는 진공 배력장치가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명훈/한국교통안전공단 화성체험교육센터 교수 : (어, 잘 안 되는데요?) 진공이 있을 때까지는 몇 번은 밟혀요. 진공이 다 빠져버리면 안 밟히는 거죠.]

이럴 땐 주차 브레이크를 당겨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당기겠습니다.)]

약 2m 만에 차가 멈춰 섭니다.

[당기면 뒷바퀴를 제동합니다. 시동이 안 걸린 상태에서 내려가면 주차 브레이크를 꼭 활용을.]

전문가들은 주차 브레이크 사용과 함께 주변 지형지물에 부딪히게 운전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하륭·양지훈,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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